코로나 위기가 덮쳤던 작년 한 해 신용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층이 MZ세대였다. 국내 시중 주요 6개 은행의 통계를 보면, 작년 1월만 해도 2030세대의 신용대출 총액은 34조2000억원으로 40대보다 3조원 이상 적었다. 하지만 연말이 되자 MZ세대의 신용대출 총액은 44조5000억원으로 불어나며 40대(44조2000억원)를 앞질렀다. 이렇게 마련한 돈들이 가상 화폐, 주식 투자 등에 투입됐다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MZ세대는 최근 부동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시장도 주도했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재작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갭투자를 가장 많이 한 연령대가 30대였다. 특히 서울 지역 갭투자자 3명 중 1명(36.2%)이 2030세대였다. 지난해 9월 금융회사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MZ세대들은 앞다퉈 대출을 받았다.

종잣돈이 부족한 2030세대에 ‘빚투(빚으로 투자)’나 ‘갭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요즘처럼 유동성(현금 흐름)이 풍부해 주가·부동산 값이 오를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반대로 하락장이 펼쳐질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이 우선이던 기성세대의 눈에 일찌감치 ‘빚투' 전선에 나서는 MZ세대의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MZ세대엔 재테크 성공담이 직장 생활을 잘하기 위한 처세보다 더 중요하다. 기성세대 방식으로는 자신들이 맞닥뜨린 자산 격차를 극복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4년 차 윤모(31)씨는 “닮고 싶은 직장 선배도 일 잘하는 ‘에이스’가 아니라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아파트 갭투자에 성공한 선배”라고 했다.

MZ세대의 이런 심리를 노린 상술도 극성이다. 카카오톡을 무대로 삼는 속칭 ‘리딩방’은 “대박주를 찍어준다”며 MZ세대를 호객한다. 유튜브에선 ‘삼성전자 1월 28일 전까지 사세요’라는 영상이 34만번이나 조회됐지만, 정작 그날(1월 28일)부터 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MZ세대는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만 봤기 때문에 하락장의 무서움을 모른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 갭투자자들이 줄줄이 파산했던 사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