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전문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익명 게시판은 요즘 성과급 때문에 왁자지껄하다. 최근 회사 측은 노조에 이달 중 평균 기본급의 245%(현장직 기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안을 전달했다. 그런데 분사 전에 한 회사였던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기본급의 400%, 생명과학부문은 300%를 성과급으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사이에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543억원 영업적자에서 작년엔 388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엔 LG화학 익명 게시판이 시끄러워졌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원하는 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성과급 논란이 갈수록 요란해지고 있다. 예전에 성과급은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다’는 인식이 강했고, 많이 주는 회사를 부러워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성과급의 형평성을 두고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이다.

◇“왜 우리만 적나” 성과급 논란

SK하이닉스에선 지난달 말 성과급이 연봉의 20%로 결정된 데 대해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적이 크게 좋아졌는데도 성과급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결국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자신의 연봉 30억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 사이에선 성과급 산정방식 공개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이석희 사장이 “앞으로 성과급 내용을 미리 공지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사내 메시지까지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라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을 다르게 받는다.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47%인 반면,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50%를 받는다. 반도체 부문에선 “영업이익의 절반 넘게 반도체가 벌었는데, 성과급은 적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기업에선 “사실 3%포인트 차이면 큰 금액이 아닐텐데, 이를 자존심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과급을 받지 못한 직장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지난해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설을 앞두고 격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고기를 주기로 했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는 성과급(給)이 아니라 성과육(肉)을 받았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산정 방식 공개” 요구에 기업 골머리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이익 규모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PS(profit sharing) 제도’를 도입했다. 연말에 많게는 수천만원씩의 성과급을 받게 되자, 이 제도는 삼성전자가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됐다. 이후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성과급제를 잇달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기업이 성과급 규모를 정해 지급하고, 경우에 따라 노사가 협의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과거와 비교해 성과급 규모에 민감하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성과급 1%면 10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다른 사업부에 비해 적으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다”며 “승진보다 당장의 보상에 훨씬 예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규모보다 산출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입사 3년 차 직장인 김모씨는 “금액보다 우리가 왜 적게 받는지 회사 측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성과급은 연초 목표와 경쟁 기업 대비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목표치 등도 공개하라는 요구다. 대기업 관계자는 “성과급 방식을 모두 밝히면, 경쟁 기업에 경영 전략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