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9일 중국 생산·판매 법인을 본사 직속으로 두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중국 판매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점점 악화되자, 본사 장악력을 높여 정면 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중국지주사인 현대차그룹차이나(HMGC) 소속이던 중국 생산·판매 법인, 베이징현대를 현대차 한국법인 아래에 두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둥펑위에다기아 역시 기아의 한국법인 소속으로 바뀐다.

또한 HMGC 소속이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상품기획본부 역시 각각 현대차, 기아의 본사 소속으로 바뀐다. HMGC 아래 있던 중국 연구개발 부문도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이끄는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 아래로 편입된다.

HMGC에는 대관, 수소 등 신사업, 현지 진출 계열사 조정 업무 등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중국 사업을 책임지던 이광국 중국 총괄 사장은 중국 실적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게 됐고,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와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는 중국 실적에 대한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현대차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서 드론쇼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중국 사업은 중국 전담 조직인 HMGC 중심으로 독자 운영돼왔다”며 “조직 개편으로 본사 전 부문의 역량 결집을 통해 중국사업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유럽 등 글로벌 사업은 본사 소속 권역본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도 글로벌 사업의 한 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사업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에 대한 본사 장악력을 높여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전사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2030년까지 중국에서 출시할 21종의 전동화 모델 등 현지 전략형 신차도 본사가 직접 개발을 주도한다. 최근 현지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도 본사가 맡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판매 실적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이같은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20만29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고, 기아는 8만295대로 14.5% 감소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여겨졌지만, 올해 더 악화된 것이다. 이대로는 연 60만대 판매도 어렵다.

2016년 전성기 때 현대차, 기아 양사가 합쳐 179만대를 팔았지만 2017년 사드 보복으로 고꾸라진 후,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가성비 좋은 차들을 출시하자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 입지는 계속 좁아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