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극적으로 합의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당장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내년 북미에서 차세대 전기차를 차질 없이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극심한 공급난을 겪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11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대선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핵심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체계를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합의는 공약 이행을 향한 긍정적인 한 걸음(a positive step)”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를 가장 반긴 건 폴크스바겐과 포드였다. 두 회사는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가 ‘SK 배터리 10년 수입·판매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막막한 상황이었다. 내년부터 미국에 SK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폴크스바겐 ID.4, 포드 F150)를 대대적으로 출시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ITC는 SK 배터리에 10년 수입·판매 금지를 결정하면서도, 폴크스바겐용 배터리는 2년, 포드용은 4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하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른 배터리 공급처를 찾아 나서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차종에 맞는 배터리를 다시 개발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미국 내 배터리 공급난으로 대체 배터리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었다”며 “LG와 SK의 합의로 이런 문제가 해소됐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급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배터리 수요(1254GWh)가 공급(1163GWh)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함께 각각 합작 공장을 지어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배터리를 공급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