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들이 생산직 중심의 금속노조와는 별도로 사무·연구직 중심의 ‘제2 노조’ 설립을 추진하며 반란을 예고<본지 2일 자 A1·3면>한 가운데, 2일 현대차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그동안 잘못됐던 제도·문화를 제대로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현대차그룹 사무연구노조’(가칭) 카카오 채팅방에는 “발단은 성과급이었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곪아있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성과급 조금 올려준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고칠 건 고쳐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우리는 태업하는 노조가 아닌 할 일은 하며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노조가 되자”는 글들이 잇따라 채팅방에 올라왔다.

◇직원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바꿔보자”

제2 노조 움직임이 촉발한 변화의 요구에 회사 경영진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잘 알고 있으며, 인재들이 일할 맛 나도록 격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전인 지난달 29일 장재훈 현대차 대표가 직원 메일을 통해 “노력한 분들에게 더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간 반응이었다. 현대차 한 직원은 “이번 기회에 더 좋은 회사로 만들어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주도하는 현대차 변화의 바람에 업계에서도 ‘치열한 미래차 전쟁에서 현대차가 환골탈태를 통해 더 힘차게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나온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기존 노조도 이제 소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협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차 연구개발 인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채용 계획도 밝혔다. 자율주행 시스템, 차량 전동화 시스템 등 13개 분야에서 신입 연구직 수백명을 공개 채용한다. 로보틱스 분야에선 채용형 인턴 수십명을 선발해 2개월 인턴 후 채용 전환 심사를 거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채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파도 넘어 실적 개선 조짐도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 조짐도 뚜렷하다. 현대차는 작년 3월보다 115% 증가한 7만5403대, 기아는 46% 증가한 5만6523대를 팔았다. 모두 월간 실적으론 역대 최대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스포티지, 셀토스 같은 SUV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우즈 효과’를 본 제네시스 GV80(1636대)은 출시 이후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2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 차를 타고 전복 사고를 당했음에도 목숨을 건졌다. 제네시스 전 차종 판매량(3006대)도 210%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이날 미국 최대 실적 등에 힘입어 각각 6.6%, 3.7% 올랐다.

현대차는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명예 회복에 나선다. 현대차는 이날 중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G80과 GV80을 앞세워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 현대차는 중국 상하이 황푸강 상공에 3500개에 달하는 드론을 띄워 제네시스 브랜드 로고·차량·디자인 방향성 등을 보여주는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 행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