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으면 BMW, 나이 들면 벤츠, 20대는 경차, 40대는 패밀리카? 자동차 시장에서 이런 공식들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한때 경차의 최대 고객이었던 20대는 더 이상 경차를 사지 않는다. 벤츠를 사는 20~30대, BMW를 사는 50~60대가 늘고 있다. 장난감처럼 귀엽게 생긴 MINI(미니)의 주 고객은? 20대가 아닌 50대다. 본지가 국내 자동차 데이터연구소 카이즈유와 수입차협회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연령대별 구매 트렌드를 분석해봤다.

①젊으면 BMW, 벤츠는 중장년층? 그 반대가 많아졌다

독일 스포츠카 감성을 담은 BMW는 젊은 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브랜드다. 그러나 최근 5년 새 20~30대 MZ 세대의 BMW 구매 비중은 54.0%에서 48.8%로 떨어졌다. 반대로 5060의 BMW 구매가 5년 새 1299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고위 임원들 중 중후하지만 틀에 박힌 듯한 벤츠 S클래스보다, 역동적이고 젊어 보이는 BMW ‘7시리즈’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벤츠는 2030 구매 비중이 10년 전 29.9%에서 지난해 32.7%로 늘었다. 반대로 40.8%에 달하던 5060 비중은 32.7%로 줄었다. 젊은 층에 소구하는 중소형 차종을 대거 출시한 결과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 구매도 5년 새 46.5% 늘었는데, 2030이 리스한 비중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②'생애 첫 차' 아반떼와 미니? 5060도 사랑한다

아반떼는 20대의 ‘생애 첫 차’로 인기가 높다. 최근 5년간 20대가 가장 많이 산 차 1~2위는 늘 아반떼였다.

그런데 뜻밖에 50~60대가 많이 산 차 리스트에도 아반떼가 올랐다. 그랜저에 이어 2위였다. 여러 이유가 있다. 은퇴 후 자녀들을 독립시킨 부모들이 작은 차로 바꿔 탄 경우, 세컨드 카로 산 경우다. 이 밖에도 “자녀들 첫 차로 대신 구매하기도 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BMW 산하 브랜드인 미니 역시 작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20~30대에게 인기가 높다. 그런데 지난해 개인 판매(8449대) 중 절반 가까이(47.2%)는 40대 이상 고객에게 팔렸다. 50대 고객 수(1030명)가 20대(1017명)보다 많았고, 70대 고객도 62명 있었다. 앙증맞은 디자인, 카트를 모는 듯한 주행 감성을 선호한 중장년층이 적잖았다는 얘기다.

③20대는 더 이상 경차를 사지 않는다

5년 전만 해도 ’20대가 많이 산 차' 2위가 스파크, 8위가 모닝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두 모델이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요즘 2030은 경차를 살 바엔 쏘카 등 차량 공유를 택한다. 경차 대신 순위권에 오른 건 셀토스·XM3 등 소형 SUV였다. 이왕 차를 산다면 경차보다 크고 안락하며, 주말 레저에 적합한 모델들을 고른 것이다.

④포르셰는 성공한 4050의 차

포르셰 같은 스포츠카는 드라마에서 철모르는 부잣집 어린 자녀들이 주로 타는 것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를 어느 정도 쌓은 40~50대가 주 소비층이었다. 2030의 구매 비중은 36.6%, 4050의 구매 비중은 52.4%였다.

이탈리아 고성능차 브랜드 마세라티 역시 40대 이상 구매 비중이 69.6%로 높았다. 이 밖에 재규어(74.6%), 링컨(79.8%) 등도 40대 이상에게 인기가 많았다. 반면 아우디·폴크스바겐·볼보는 30대가 큰 손이었다.

⑤2030은 르노삼성, 5060은 쌍용

국산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독과점하다보니,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마이너 3사의 차들은 연령대별 구매 리스트 10위권에 거의 들지 못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점은 5060의 구매 리스트에 쌍용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올랐다는 것이다(50대 9위, 60대 5위). 1980년대 코란도, 1990년대 무쏘를 추억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반면, 20~30대 구매 리스트에선 현대·기아차 외에 르노삼성 XM3와 QM6가 10위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