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미국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을 소개했다. ‘폴리토피아’라는 테슬라 전용 새 전략 게임으로 자율주행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터치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다. 설치부터 업데이트, 와이파이로 연결된 다른 테슬라 운전자와 대결까지, 스마트폰에서처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글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운영 체제가 아니라 ‘테슬라 소프트웨어’라는 자체 통합 운영체제(OS)에서 구동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와이파이에 연결되는 순간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자동 업그레이드된다.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 등 사고가 나면 충전 한도를 제한하는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서비스센터에 가는 대신 와이파이에 연결해 15~30분이면 성능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기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용 운영 체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임 같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부터 차량 제어·자율주행까지 똑똑한 운영 체제 없이는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완성차 업체 중 통합 운영 체제를 구현한 것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폴크스바겐·현대차·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강자들이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자동차 운영 체제 시장은 2019년 45억달러(약 4조9000억원)에서 2026년 120억달러(약 1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꽃 운영 체제, 자주파 vs 협력파

현재 전기차 운영 체제 시장에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구글·애플·블랙베리 등 IT 기업까지 고루 진출해 있다. 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차 안에서 음악·영상 콘텐츠 등 인포테인먼트를 즐기는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제어나 자율주행 기능 강화를 위해 테슬라처럼 한 차원 높은 운영 체제가 필수”라고 했다.

운영 체제 개발은 거액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독자 개발 그룹, 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운영 체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파로 나뉜다. 자주파의 대표는 독일 폴크스바겐이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월 전담 조직 ‘카 소프트’를 출범시키고 3000명 개발자를 새로 영입했다. 예산만 70억유로(약 9조4231억원)를 투입한다. 2025년까지 개발자를 1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도 나섰다. 도요타는 지난 9월 “2022년까지 소프트웨어 퍼스트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지금까지 들러리 수준이었던 소프트웨어 부서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축적된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외부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IT 계열사 오토에버·엠엔소프트·오트론(반도체 부문 제외)를 현대오토에버로 흡수 합병한 것도 “소프트웨어 부분을 재편하면서 운영 체제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2022년부터 자체 개발 OS인 ‘ccOS’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미 테크 기업 앱티브와 20억달러씩 투자해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도 자체 운영 체제 개발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외부 지원군과 손도 잡는다. 지난달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커넥티드카 협력을 발표하면서 엔디비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벤츠는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엔비디아와 OS를 공동 개발해 2024년까지 커넥티드카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테크 기반의 테슬라 한발 앞서

업계의 관심은 엔지니어 중심인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회사가 단기간에 전기차용 통합 운영 체제를 내놓을 수 있는지 여부다. 기계공학 위주의 자동차 회사들과 테크 기업으로 출발한 테슬라와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마다 수십 개의 별도 컴퓨터 제어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단일 운영 체제로 시작한 테슬라를 한번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