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3일 '2023년 2월 경제전망 설명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홍직 경제분석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거시전망부장.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7%)보다 소폭 낮춘 1.6%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2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소폭 낮췄다. 작년 5월(2.5%→2.4%), 8월(2.1%), 11월(1.7%)에 이어 네 번째 하향 조정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1.6%)와 같은 수준이고, 국제통화기금(IMF) 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신용평가회사 피치 1.9% 등 해외 주요 기관보다는 낮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내수 경기의 핵심인 부동산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할 때 미국·유럽의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 등 IT산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은은 작년 4.4% 증가한 민간소비가 올해 2.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진 등에 따라 작년 -0.7%에서 올해 -3.1%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건설투자도 작년 -3.5%에 이어 올해도 -0.7%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작년 82만명 증가한 취업자 수는 올해 13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3.4%)은 작년(2.9%)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3.6%에서 3.5%로 낮아졌다. 국제 유가를 기존 배럴당 평균 93달러에서 84달러로 낮춰 잡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과 달리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2월 상승률도 5% 내외로 보고 있다. 10개월째 5% 이상 고물가가 예상되는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3%)은 지난 전망(2.9%)보다 올랐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한은의 이번 전망에서는 부동산 침체로 소비가 줄면서 물가 상승률이 낮게 추정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