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1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K-팝의 대표 격인 방탄소년단, 엑소, 세븐틴, NCT 등 그룹을 보유한 초대형 기획사가 탄생하게 된다.

하이브는 이날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3월 6일이다. 18.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이 전 총괄의 지분은 3%대로 줄어든다. 하이브 측은 “SM 인수는 양 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changer)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율

하이브는 이와 함께 주당 12만원에 소액 주주를 대상으로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공개 매수를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 대해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이 전 총괄의 ‘백기사(우호 지분 세력)’로 등장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하이브 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이브 측은 지원이나 동맹이 아니라 인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를 누르고 대주주에 오르더라도 이수만 전 총괄의 경영 일선 복귀는 없다는 것이다.

SM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7일 카카오가 SM 지분의 9.05%를 유상증자 등의 형식으로 확보하기로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SM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후 대외적인 발언을 하지 않던 이 전 총괄 측은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등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반발했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최대 40%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SM의 경영권은 하이브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하이브는 이 전 총괄에게 남은 3%가량의 지분에 대해서도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풋옵션은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이다. 하이브가 일정 시기 이후 이 최대주주의 요구가 있을 시 나머지 지분도 매수해야 하는 계약으로,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사들일 경우 43%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SM 경영진과 카카오가 반격하려면 더 많은 주식을 매집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내걸고 별도의 공개 매수를 추진한다면 지분을 키울 순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괄 측이 카카오가 확보한 SM의 유상증자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도 하이브에는 유리한 변수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카카오의 지분은 사라져 사실상 하이브의 독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카카오가 구체적 명분과 함께 제대로 SM 인수전에 돌입한다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가 K팝 발전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발표하고, SM 이사진 구성안도 밝히는 등의 적극적 모습을 보인다면 여론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카카오가 주식 매집에 나설 경우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SM 경영진이 하이브의 최대주주 등극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변수다. SM 측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최대주주와 하이브의 거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M의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경영권 분쟁을 초래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도 이날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는 회사 가치를 고려할 때 낮다. 공개 매수 지분도 25%가 아니라 100%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이브를 견제하는 취지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경영권 향방이 어떻게 되든 ‘꽃놀이패’를 쥔 셈이 됐다. 단기적으로 주가 급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SM 주가는 전날보다 16% 급등한 11만4700원에 마감했다. 향후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주식 매수에 참가할 경우 주가가 12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하이브가 SM 지분을 15% 이상 인수한다면,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례가 없지만, 15% 미만이라도 시장 경쟁을 크게 해친다고 판단되면 심사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