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달에도 "5% 내외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일(현지 시각)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지만,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한 데다 이미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월에 이어 계속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라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낮아져 12월에는 5%까지 떨어졌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1년 전보다 28.3%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여파다. 5% 이상의 고물가는 지난 5월(5.4%)부터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2월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1%포인트까지 좁혀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다시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미 금리가 오랜 기간 벌어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수입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무역수지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작년 7월 이후 한미 금리 역전 상황에서 별다른 자본 유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마냥 미국을 의식해 금리 추격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본격적인 경기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은 한은이 과감하게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린 한은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제시했다. 한은이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