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81% 높은 63.5달러였다. 하지만 이후엔 줄곧 내리막이다. 올 들어 10달러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곽창렬 기자가 조선일보 머니 채널에 출연해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쿠팡의 꿈을 분석했다.

◇세계 최고 투자자들 줄줄이 눈물

1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2022.5.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해 주가를 ‘바닥’으로 생각하고 쿠팡 주식을 매입한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은 엄청난 평가 손실에 직면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주가 29달러일 때 쿠팡 주식 1619만주를 매입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6053억원어치다. 워싱턴대학교도 평균 28달러 수준에 543만주(약 1961억원어치)를 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운영하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주가가 꼭대기에 있던 작년 1분기 49달러에 571만주를 사들였다.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225만주 넘게 추가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그가 보유한 쿠팡 주식은 1776만3525주, 지분 가치는 5억2189만달러(약 6728억원)에 달한다. 테슬라를 발굴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는 작년 말 쿠팡 주식 6461만주를 매입해 포트폴리오의 약 1.04%를 쿠팡으로 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약 4500만주를 더 사들였다.

모두 쿠팡 주식을 샀다가 각각 수천억원 씩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상 바로보기] : https://youtu.be/j7-T8mzqmvE

◇적자 탈출은 언제

쿠팡 물류센터 내부 전경. /쿠팡

그럼에도 많은 큰손 투자자가 버티는 이유는 언젠가 주가가 반등할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쿠팡의 사장 큰 장점은 높은 시장점유율이다. 쿠팡의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포털은 제외) 점유율은 약 23%다. 2위인 이베이코리아(9%)보다 14%포인트나 높다.

이와 함께 빅테크주 상당수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쿠팡만 콕집어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최근 6개월간 넷플릭스(70.45%), 이커머스업체 쇼피파이(76.8%)는 같은 기간 쿠팡 주가 하락폭((60.5%) 보다 컸다.

하지만 끊임없이 적자를 내며 외형을 키우는 쿠팡식 사업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다. 쿠팡은 창업 이래 단 한 해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낸 적자는 6조1000억원이 넘는다.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물류 센터를 늘리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 센터는 건설하는 것뿐 아니라 유지하는 데도 적지 않은 인건비가 든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도 장래를 어둡게 한다. 우리나라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현재 25.9%에 이른다. 중국(24.9%), 영국(23.3%), 미국(14.0%), 호주(9.4%), 싱가포르(11.7%) 등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앞으로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작다는 뜻이다.

쿠팡이 각종 사건·사고로 꾸준히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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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와우 인상 효과는

쿠팡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신규 사업 투자 등으로 생긴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조 원을 들여 물류 센터를 확충하고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발생한 적자일 뿐 곧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쿠팡은 1분기 2억570만달러(약 2648억원) 영업 손실을 냈지만, 작년 1분기(2억6731만달러)보다는 적자가 축소됐다. 특히 로켓 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핵심 사업인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는 287만달러(약 37억원)로 사상 첫 흑자를 냈다.

이른 시일 안에 완전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멤버십 요금 인상은 쿠팡의 이익 창출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쿠팡은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 한 달 이용료를 2900원에서 이달 들어 4990원으로 올렸다. 두 배 가까운 멤버십 요금 인상에도 회원수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로켓와우는 로켓 배송 무료(건당 3000원)과 30일 무료 반품(건당 5000원), 로켓 직구 무료 배송(건당 2500원),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말 기준 로켓와우 회원 수는 약 900만명인데, 초기 회원을 끌어모으려 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이로 인해 매년 수천억 원씩 적자가 났고, 이를 유지하고자 지금까지 수조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로켓와우 멤버십으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있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요금 인상으로 약 525억원의 현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영상 바로보기] : https://youtu.be/j7-T8mzqm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