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시청 앞 공원에선 “집세는커녕 음식도 살 수 없다!” 외침이 울려 퍼졌다. 2주 전 뉴욕시 렌트가이드라인위원회(RGB)가 올해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1년 임대 4.5%, 2년 임대 9%로 정한 것에 반발하는 목소리였다

임대료 인상 대란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안상현 기자가 조선머니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세계 청년들을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는 글로벌 집세 인상 현상을 분석했다.

◇황당한 뉴욕의 월세 가격

RGB는 뉴욕 시내 약 100만 가구에 적용되는 임대 아파트 임대료 인상률을 정하는 기관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 인상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난방비와 전기요금, 보험료, 건물 관리비, 인건비 같은 운영비가 전년 대비 크게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RGB의 설명이다. 그러자 세입자들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어 임대료를 더 낼 여력이 없다고 항의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아파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3월 기준 미국 전역의 아파트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14.9% 상승했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의 월세 인상률은 살벌할 정도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레드핀 등에 따르면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뉴욕 시내 방 1개짜리 아파트의 4월 기준 평균 월세는 4761달러(약 607만원)에 달한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부동산 임대 중개회사 하우징애니웨어가 집계한 유럽 전역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올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14.5% 상승했다. 베를린 같은 도시는 인상률이 40%에 육박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 세계적인 월세 대란이 팬데믹 규제에서 막 벗어난 도시들을 다시 사로잡았다”고 했다.

아직 전세 중심인 한국도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서울의 월세지수는 4월 기준 111.8(2019년 1월=100)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심화된 수급 불균형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월세 대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넓은 수요와 제한된 공급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팬데믹 초기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많은 청년들은 부모가 살고 있는 교외의 본가 등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이후 돌아오는 인구가 늘었다.

반면 임대 주택 공급은 제한적이다. 코로나로 상당 기간 건설 공사가 중단된 데다 최근엔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건설 자재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착공되지 않은 주택 수는 지난 3월 29만채로 197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의 작년 4분기 임대용 주택 공실률은 5.6%로 3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수요는 급증하는데 임대 주택 공급은 제한적인 탓에 임대료가 급반등하고 있다.

월세 대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각각 150만~200만호에 달하는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신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린다.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뉴욕연방준비은행은 향후 1년간 임대료가 11.5%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월세 대란의 최대 피해자는 월세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 그중에서도 청년층이다. 미국 시애틀타임스에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차에서 먹고 자며 학교에 다니는 UC버클리대 대학생의 이야기가 실렸다. 독일 베를린에선 임대료를 깎아주는 대가로 젊은 여성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성관계를 제안받는 사례가 흔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방송에서 글로벌 집값 인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