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9월 16일 연 지부대표자 회의에서 올해 총파업 계획을 확정했다. /금융노조

4.3%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노조가 10월 15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총파업 이틀 전인 10월 13일에는 전 조합원이 점심시간을 동시 사용하는 ‘태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상 점심시간에 은행 점포를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16일 지부대표자회의를 개최해 ‘2021년 금융노조 임단투 투쟁방향’을 확정했다. 당초 오는 24일부터 중식시간 태업 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최종 계획은 10월로 늦춰졌다.

◇금융노조 ”23일부터 철야농성”

금융노조는 23일부터 지도부가 철야농성에 돌입하면서 총파업 전운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7일 전체 사업장 노사대표 전원이 한 자리에서 교섭하는 공동교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조합원의 ‘점심 시간 동시 사용’ 태업은 10월 13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총파업은 10월 15일 돌입할 예정인데, 재택 파업이나 거점 점거 등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률 외에 중식 시간을 동시 사용하게 해달라는 명분도 내세우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중식 시간 동시사용 합의에 진척이 없는 것은 은행 영업점 근무 경험이 없는 일부 사측 관계자들이 금융 소비자를 핑계로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영업점의 금융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기본권인 1시간 휴게 시간 보장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정으로 보장된 휴게 시간은 사측의 재량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금인상률 노조 4.3%, 사측 1.2% 제시

노조가 중식 시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관건은 임금 인상률이다. 지난 7월 협상을 시작한 금융 노사 임금 조정회의에서 노조는 5.8% 임금 인상률을 요구했고, 사측은 0.9%를 제시했다. 지난달 2차 조정회의에서 노측 4.3%, 사측 1.2%를 제시해 간극이 좁혀졌지만 격차는 여전히 크다. 임금 조정위원들이 제시한 조정안은 2.2%였는데 노조가 거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 측은 올해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영업을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대출 옥죄기의 반사 이익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싼 비용에 돈을 끌어와 비싸게 대출을 내주는 구조가 됐다. 제동을 걸어야 할 금융 당국은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아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은행의 이 같은 행태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다른 업종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400만원, 신한은행은 9600만원이었고 하나은행(9700만원)과 우리은행(9500만원)도 억대 연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모든 업종 중 유일하게, 금융업 종사자의 시급은 올해 1분기 5만원을 넘어섰다. 최저 임금(8720원)의 6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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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총파업, 은행 잘 돌아가 ‘머쓱’

“점심시간에 셔터를 닫겠다”는 엄포에도 금융권에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비대면 금융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더 줄어 ‘나홀로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2016년에도 총파업에 나섰지만 참여 인원도 적었고 업무에 아무 지장이 없어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점이 ‘0개’인 카카오뱅크가 시가총액 1위 금융사로 올라선 와중에, 지점 영업을 볼모로 잡은 노조의 파업이 역효과만 불러오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이 발표한 상반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비대면으로 이뤄진 신용대출은 전체 건수의 67%에 달했다. 2019년 29%, 2020년 56%에 이어 올해 그 비중이 더 늘었다. 적립식예금 중 비대면 비중은 2019년 81%, 2020년 85%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89%로 90%에 육박했다. 펀드 상품 비대면 가입 비중도 2019년 62%에서 올해 상반기 84%로 높아졌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가운데 비대면 비중은 2019년 82%에서 올해 2분기 88%로 꾸준히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적립식예금 중 비대면 판매 비중도 2019년 40%에서 올해 상반기 54%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대출 거래 중 비대면 비중은 2019년 45%, 2020년 56%, 올해 상반기 61%로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