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 부문 직원들이 오는 8일 한 달치 월급을 성과급으로 받을 예정이다. 삼성 계열사는 6개월마다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목표 달성 장려금’으로 지급하는데,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100% 성과급을 받는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영업 부진과 매출 감소 등으로 수년간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급반등하면서 삼성전자 등 소위 ‘잘나가는’ 계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부진하던 기존 패션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온라인 부문 강화와 편집숍을 통해 신규 명품 브랜드를 발굴하는 혁신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여우 그림의 심벌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 정장을 입은 모델의 모습.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수입·판매하는 이 브랜드는 20~30대에서 인기를 끌며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98% 늘었다. /삼성물산 제공

◇온라인 부문 선전으로 1분기 매출 18% 증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2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9% 증가했다. 2019년부터 2년 연속 연 매출이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이다. 간판 브랜드 빈폴의 부진과 아이돌 그룹 ‘빅뱅’을 모델로 내세운 노나곤 등이 실패하면서 지난해 연 매출이 1조5000억원대까지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올해는 1분기 실적을 발판으로 연 매출이 1조7000억원대로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부진했던 오프라인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온라인과 편집숍 중심의 전략을 펼친 것이 매출 반등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백화점과 길거리 매장 중심의 전통적인 판매망을 고집하는 대신, 작년부터 빈폴 액세서리·키즈를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했다. 고급 브랜드 구호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 구호 플러스를 새로 출시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사업 부진으로 2016년 철수했던 정장 브랜드 엠비오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3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런 노력은 코로나 확산 이후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패션 시장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가 됐다. 2015년 6%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율은 현재 20%까지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순혈주의’를 깬 것도 주효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온라인 몰 ‘SSF샵’은 과거엔 자사 브랜드 위주의 판매 정책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다른 패션 브랜드에도 과감하게 문호를 열고, ‘패션 포털’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SSF샵 안에 ‘어나더샵’이라는 별도의 온라인 몰을 열고, 이전엔 취급하지 않던 신진 디자이너와 스트리트 브랜드도 입점시켰다. 원하는 브랜드를 검색해 들어왔다가 다른 브랜드 제품도 구매하는 연계 효과를 노린 것이다.

가성비 좋은 온라인 브랜드가 늘고, 쇼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다양해지자 젊은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SSF샵 회원 수는 2년 만에 32만명에서 185만명이 돼 6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 밖에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를 무신사 같은 외부 패션 몰에서도 판매하는 등 온라인 채널을 확장시킨 것도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명품 브랜드 발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10년 넘게 오프라인 판매 전략으로 꾸준히 유지해온 ‘편집숍’이 키워낸 브랜드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가치 소비’ 열풍과 만나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새로운 명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가 여러 개 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2008년부터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텐꼬꼬)와 ‘비이커’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브랜드를 꾸준히 국내에 소개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아미, 르메르,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같은 브랜드는 MZ세대가 열광하는 명품이 됐고 매출이 폭증했다.

하트 모양에 알파벳 A가 결합한 로고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아미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86% 증가했다. 여우 심벌로 유명한 메종키츠네도 상반기 매출이 98% 뛰었다. 크루아상 빵 모양의 가방으로 유명한 르메르(141%)와 BTS(방탄소년단)가 입어서 유명해진 톰브라운(41%)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신 명품’을 소개하는 전략이 통했다”면서 “이들 브랜드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20대였던 소비자들이 경제력을 갖춘 30대가 되면서 구매력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