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中)금리 대출 시장이 커지고 대출 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인터넷뱅크 등이 금리를 낮추고, 카드회사들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총 10등급인 기존 신용등급에서 4~6등급에 해당하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리 10% 전후의 개인 신용대출을 말한다.

금융 당국이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업권별로 중금리 대출로 인정해주는 금리 상한선을 낮출 예정이고,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도 제외키로 하면서 금리 인하 등 중금리 대출업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뱅크가 먼저 움직이면서, 중신용자 고객 위주인 저축은행도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낮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서는 정책 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중금리 대출 규모는 총 30조2000억원인데, 올해는 3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4%대 중금리 대출 등장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은행·카드사·상호금융·캐피털·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 기준을 3.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은행 10%→6.5%, 상호금융 12%→8.5%, 카드사 14.5%→11%, 캐피털 17.5%→14%, 저축은행 19.5%→16%로 낮아진다.

지난 3월 말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된 뒤 인터넷뱅크부터 움직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신용점수 820점(KCB 기준, 기존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5%대였던 중신용자 대출 금리가 4%대까지 내려갔다. 지난 3월에도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 대출 최고 한도를 종전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린 바 있다. 케이뱅크는 중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플러스’를 최저금리 연 4.08%(5000만원 한도)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2023년까지 전체 신용대출 중 4등급 이하 비중을 잔액 기준으로 30% 이상 가져갈 계획이다.

원래 중금리 대출 비중이 높았던 저축은행 업권도 적극적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개편하거나 새로 내놓고 있다. 고금리 대출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중금리 박리다매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기존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2개를 통합·개편해 대출 기간을 기존 6년에서 최장 10년까지로, 한도는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로 늘렸다. 대출 최저금리는 연 12.4%에서 5.9%로 낮아져 6%포인트 이상 내렸다.

하나저축은행은 비대면 중금리 대출 상품인 ‘원큐슈퍼드림론’을 지난달 출시했다. 역시 최저 5.9% 금리로 최대 1억원 대출 한도를 제공한다. 3개월 이상 재직한 연소득 3500만원 이상, 만 27세 이상 급여 소득자가 대상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잔액은 10조3057억원으로 2016년(6754억원)보다 약 15배 이상 확대됐다.

◇카드사에서도 중금리 대출 가능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내 카드사들도 중금리 대출을 새로운 활로로 모색하고 있다. 일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비해 마진이 낮아도 그만큼 충당금을 덜 쌓아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이다. 특히 대출 조달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지주사 계열 카드사들이 중금리 대출을 취급 중이다. 20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중금리 대출을 취급 중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스피드론 중금리 대출 최고 금리를 이미 지난해부터 11% 이하로 제공 중이다. 이 같은 중금리 대출 확대 움직임에 대해 “중신용자 중에서도 상위층만 혜택을 보고 하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 입장에선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부실 위험이 낮을 4등급 안팎의 고객을 위주로 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