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오르는 데다 신용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빚투(대출받아 투자)’ 행렬에 뛰어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지난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9~3.65% 수준이다. 금리가 바닥권이던 작년 7월 말 1.99~3.51%와 비교해 최저금리가 0.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6개월·1년물 등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런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신용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이후 금융 당국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우대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줄인 것도 원인이다. 2억원을 신용대출로 빌린 사람은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연 이자 부담이 100만원 늘어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반등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3%로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올라 5개월째 상승세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와 정부 재정 지출 확대 움직임에 중장기 국고채 금리가 오른 영향 등이 반영됐다.

4대 은행의 2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34~3.95%로 작년 7월 말(2.25~3.95%)보다 하단이 0.09%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지난해 7월에 비해 올해 2월 말 0.44%포인트 올랐고,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0.24%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주로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 조달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이나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코픽스에 반영된다.

은행권이 2월 적용한 코픽스(1월 기준)는 신규 취급액 기준 0.86%이다. 작년 7월(0.81%)보다 0.05%포인트 높다. 특히 인터넷 전문 은행과 전통 은행 간 경쟁 등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코픽스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잇따라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 금리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6일 연 1.960%로, 재작년 3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1.61%까지 올라 작년 2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코로나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 도래하나’라는 보고서에서 “주요국이 코로나 경제 위기 후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채권 매입을 확대하는 등 확장적 통화 정책 기조로 전환했다”며 “이런 기조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