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지난해 증시 호황의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동학개미’라 불린 개인들도 돈을 벌었겠지만, ‘정부’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한 해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 세수가 12조3744억원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원래 걷으려고 했던 7조1700억원보다 약 5조3000억원이 더 많습니다. ‘세수 대박’인 셈입니다. “동학 개미가 재정을 지켜준 효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5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기획재정부·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2019년(6조1083억원)의 두 배입니다. 증권거래세수가 많았던 2018년(8조4586억원)보다도 4조원가량 많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특정 세목의 세수가 이렇게 늘어나는 일은 드뭅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이러한 증가세를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종부세율이 크게 인상됐고, 부동산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김성규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에 대한 증권거래세율은 0.25%, 코스피 시장은 0.1%입니다. 대신 코스피 시장의 경우 세율 0.15%의 농어촌특별세가 함께 부과됩니다. 특히 2019년 시행령 개정으로 증권거래세율이 코스피는 0.15%에서 0.1%로, 코스닥은 0.3%에서 0.25%로 0.5%포인트씩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세율 인하 전보다도 세수가 많이 늘어난 겁니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원래 예산보다 5조원 넘게 더 걷혔습니다. 2018년에도 예산을 짜면서 예상했던 금액 5조67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가까이 더 걷히기는 했지만, 예산을 짠 기획재정부도 세수가 이 정도까지 많아질지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동학 개미들의 반발에 밀려 금융투자소득세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늘렸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올해부터 강화하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도 두 번이나 연장했네요. 동학 개미들만 정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줄 알았는데, 정부도 동학 개미에게 ‘세수’를 선물받은 셈입니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은 285조5462억원으로 2019년보다 7조9081억원 줄어들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 수익이 줄어 법인세가 전년 대비 16조6611억원 줄었습니다. 경기가 안 좋으니 부가가치세도 5조9454억원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는 7조5547억원, 증권거래세는 4조2854억원, 종합부동산세는 9293억원 늘었습니다. 자산 시장에서 나온 세금이 나라 살림에 큰 보탬이 된 셈입니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지난해 증권거래세보다 세수가 더 많은 세금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4개 정도뿐입니다.

1989년 세수. 코스피가 1000을 달성했던 이 해에도 세수는 예산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크게 늘었다.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제외)는 코스피가 1000을 넘었던 1989년에는 약 4200억원이었습니다. 이때도 예산에서 기대했던 금액은 2420억원 정도였으니 세수 대박이 난 셈이네요. 코스피가 2000을 넘었던 2007년에는 증권거래세가 3조5000억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