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청소 일을 하던 박모(67)씨는 작년 4월부터 집에서 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호텔이 개점 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유급 휴직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월 180만원 벌이가 13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기도에 있는 임대아파트 임차료·관리비로 50만원을 내고 나면, 80만원으로 1년 전 먼저 실직한 남편(71)과 한 달 먹고 살아야 한다. 박씨는 “결혼한 딸도 어렵다고 말하는데 내가 못 도와줘 속상하다”고 했다.

서울 사는 김모(71)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식당에서 하루 3~4시간 일하며 월 40만원을 벌었는데 코로나로 올 들어선 이 일마저 못하고 있다. 남편(74)은 막일을 해서 월 200만원 벌었는데 작년에 일이 5분의 1로 줄더니 올해부터는 아예 일감이 끊겼다. 월세는 중소기업 다니는 40대 아들이 내준다. 김씨는 “돈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있는 아들한테 돈을 받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유독 저소득층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많이 포진된 대면(對面) 서비스 업종 불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 재난지원금과 ‘세금 일자리’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고용 시장 회복세가 더딜 수밖에 없어 당분간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저소득층 근로소득 월 68만원→59만원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이었다. 전년 4분기(68만6000원)와 비교하면 근로소득이 월 9만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 13만원 가까이 늘었다.

영하 10도의 새벽, 일자리 찾아 나온 사람들 - 16일 오전 영하 10도 안팎의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앞 인력 시장이 일감을 찾으러 나온 사람들로 꽉 찼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3%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소폭 올라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 /뉴시스

코로나로 인한 고용 참사의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맞았기 때문이다. 예상된 결과다. 작년 12월 일자리는 1년 전보다 62만8000개 없어졌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1년 전에 비해 34만9000개 증발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판매 종사자 일자리가 40만개 가까이 줄었다. 장사가 안 돼 종업원을 내보낸 업체들도 적지 않아, 고용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 수는 7만4000명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의 양극화는 곧바로 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 가구에 비해 소득 상위 20% 가구가 몇 배 더 버는지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1년 전에 비해 커져, 소득 양극화 추세를 보여줬다.

◇”일자리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으로”

일해서 번 돈은 줄었지만, 정부가 대가 없이 지원하는 ‘이전(移轉) 소득'을 합하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전체 소득은 전년보다 월 3만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발(發)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0만~200만원씩 지급한 새희망자금, 폐업 소상공인 취업 등에 50만원씩 지원하는 장려금 등의 효과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 효과를 걷어낸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소득 등) 5분위 배율을 따져보면 더 크게 벌어진다. 1년 전 6.89배였는데 7.82배가 됐다.

하지만 세금과 빚으로 지급하는 정부 재난지원금이 피해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에 집중되지는 않았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상위 20~40%인 4분위의 작년 4분기 공적(公的) 이전 소득이 전년보다 9만8200원 올라 33.6% 증가했다. 3분위(8만1600원)와 2분위(9만8200원)의 공적 이전 소득 증가 폭도 컸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 가구에 대한 이전 소득 증가분(7만9200원)을 앞섰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피해를 입은 식당 주인에게 돌아간 것일 뿐, 장사가 안 돼 식당 일을 그만두게 된 종업원에게 돌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세금을 퍼부어 소득을 보전해도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현재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풀려도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