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모습.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북한 경제 전문가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처형 이유가 환율 급락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와 코로나 국면에서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환율 급락을 이유로 환전상을 처형한 것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무역량이 줄고 국경을 봉쇄하면 달러 등 외화가 부족해진다. 그럼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 북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게 상식이다. 그럼 환율은 상승한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8000원대를 유지해온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해 이달 중순에는 7000원 선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규 KDI 북방경제실 연구위원은 “북한의 환율이 7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세 가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로 국경을 차단하면서 시장에서 아예 외화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외화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은 코로나에 편집증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에는 물자반입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가 처형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바닷물이 코로나로 오염되는 것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 생산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KDI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대중국 수출과 수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줄었다.

둘째, 북한이 외화 단속을 강화해 달러 등 외화 가치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원화 가치가 급락해 접경지역의 경우 위안화가 원화를 70~80%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화는 주로 평양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외화가 원화보다 널리 쓰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았고 코로나를 계기로 통제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부가 인위적으로 달러 거래를 막으면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 위안화 동조 현상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위안화는 중국 경제회복으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통화 가치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데 북한도 그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위안화 동조 현상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이 환전상을 통해 환율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환율을 통제하고 있다는 추측이 많았는데 그 방법이 확인된 것”이라며 “당국이 정해준 가격 범위 내에서 고위직인 환전상이 외화를 사고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전상이 처형된 것에 대해선 환전상이 당국의 지시를 어기고 시장을 교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은 27일 “북한 당국이 환전상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봉쇄 이후 북한 당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달러 사용을 금지했다”며 “이에 따라 북한 원화 가치가 폭등하자 일반 주민들의 생활고와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