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다주택자인 어머니에게서 아파트 분양권을 수천만원에 샀다. 그런데 A씨가 산 분양권은 이미 ‘프리미엄’ 수억원이 붙어 있었다. 국세청은 A씨가 분양권을 시세보다 싸게 산 만큼을 어머니에게서 증여받았다고 보고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A씨의 어머니도 분양권을 싸게 팔아서 양도세를 적게 신고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30대 B씨는 수십억원대 ‘꼬마 빌딩’을 사면서 이 건물에 담보 설정된 채무 수억원을 함께 인수한 뒤 이를 다 갚았다. 그런데 B씨의 나이나 소득, 재산 상태를 볼 때 스스로 이 돈을 갚았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국세청은 B씨의 어머니가 빚을 갚아줬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국세청은 17일 아파트 분양권 등을 거래하면서 ‘부모 찬스’로 편법 증여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8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탈세 수법을 보면 자녀가 분양권을 취득한 후 부모가 중도금을 대신 내주거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생긴 자녀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식으로 편법 증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분양권을 팔면서 실제 가격보다 낮게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세를 회피하거나, 가족 등 특수 관계자에게 분양권을 시세보다 싸게 넘겨서 양도세·증여세를 내지 않는 수법도 있었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부동산 거래 관련 법령 위반 내용을 관련 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또 이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 사업체까지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택, 분양권 등의 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근저당권 자료, 자금 조달 계획서 등 다양한 과세 정보를 연계 분석해 편법 증여를 통한 탈루 혐의를 촘촘하게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