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문화부장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70년생 개띠’ 아줌마 기자입니다. 군대 안 다녀온 대선 양당 후보들과 달리, 대한민국 최전선에서 나라 지키고 있는 아들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엄마이자, 세상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2) ‘줌마병법’으로 많은 팬이 있으신데요, 그 분들에게서 ‘제보’를 받는 경우도 있나요?

제보보다는 “이거 완전히 우리 집 얘기인데, 언제 와서 들여다보고 쓴 거냐”라고 항의하는 메일은 받아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있네요. ‘직장인 남자도 (맞벌이 여성들만큼) 힘들다’는 항의성 하소연을 이메일로 보내주신 40대 중년 독자의 글이 인상깊어 그걸 ‘新줌마병법’으로 각색해 쓴 적이 한번 있습니다. 평소 일상생활, 직장생활 하며 남들 사는 얘기들을 귀기울여 듣는 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재미난 사연들이 많아 보석처럼 건져올립니다. 시어머니와 오래 함께 사는 바람에 아주 가끔 어머니와 남편 이야기가 줌마병법에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덕분에 충청도 출신인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MBTI 성향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하도 오래 전에 검사한 거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기사 초고를 미리 써놓지 않으면 꿈 속에서도 기사를 쓰고 있을 만큼 준비성이 좀 있는 편이고요. 분명 내성적인데 웃음소리가 화통을 삶아먹은 듯 너무 커서 아재들의 눈총을 받고 있으며, 예술적 감성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심각한 몸치에 음치라는 점이 이해불가합니다.

4) OTT에 돈을 지불하고 계시나요?

남편이 넷플릭스에 내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덕후인 딸을 위해 디즈니 플러스도 구독 신청할까 생각 중입니다.

5)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계 관련 뉴스나 ‘아 이건 영화, 드라마 찍을 스토리’라고 느끼셨던 사건이 있었다면?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한 것과 단역일 거라 예상했던 오영수 배우가 막판 반전에 성공하며 까탈스런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쾌거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영수 배우 이야기를 드라마로 찍어도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뭐니뭐니 해도 누아르 영화로 가장 히트할 수 있는 소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6)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 기사를 많이 쓰셨는데, 이 사람 영화 감이다 하는 인물이 있을까요?

민주투사의 상징인 장기표와 그의 아내이자 동지였던 조무하의 삶, 그리고 ‘화천대유’ 미스터리를 초반에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회계사이자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입니다. 인터뷰 40매에 다 담아내지 못했을 만큼 극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언젠가 실력 있는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주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천만은 못가도 500만은 간다에 한표!!

7) 요즘 뜨고 있는 문화계 관련 뉴스 중 가장 재밌다거나, 핫하다고 느끼셨던 게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은 왜 사랑받을까? 국보 78호, 83호로 불렸던 두 점의 반가사유상이 모셔져 있는 ‘사유의 방’에 다녀오셨는지요. 지난해 11월 12일 개관한 이후 연말까지 무려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토굴처럼 어둡고 아늑하게 연출한 공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종교 여부를 떠나 두 불상이 사랑 받는 진짜 이유는, 세상 말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수선한 요즘 나락으로 떨어질 듯 위태위태하게 사는 우리들을 향해 던지는 따뜻한 미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석 같은 게 몇 장 있다면 온종일 앉아서 불상을 바라보며 사유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8) 현재 보고 있거나 푹 빠져있는 작품들이 있으세요?

TV조선 '엉클'의 주인공 오정세와 조카 역의 이경훈, 오정세 누나 역의 전혜진./TV조선

TV 드라마로는 TV조선 주말드라마 ‘엉클’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톱스타 캐스팅 없이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작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상태 역을 열연했던 배우 오정세가 이번엔 ‘쓰레기 루저 뮤지션 삼촌’ 역을 맡아 불세출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강추위 몰아치는 주말이 더없이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OTT는 넷플릭스에 걸렸던 ‘지옥’ 이후에는 특별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영철 다큐’는 몇 회 보다가 포기했고, 중딩 딸의 강요와 애원으로 ‘귀멸의 칼날’ 시즌1에 이어 시즌2를 보고 있습니다. 각 화당 20여분인데, 무려 700원씩 내고 봐야 하는 게 아까워 죽겠습니다.

9) 여태껏 보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추천해 주시고픈 작품 3편만 꼽아주세요.

켄 로치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한 장면. 푸드뱅크에서 통조림을 뜯어 먹다 부끄러워 울음을 터뜨리는 싱글맘 케이티를 위로하는 다니엘 블레이크.

뉴질랜드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 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가난에 찌들어 몸까지 팔아야 하는 싱글맘 케이티가 마트에서 생리대를 훔치다 들통났을 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켄 로치를 ‘좌파의 십자군’이라 한다던가요. 볕 들지 않는 춥고 음울한 구석구석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안이하게 살아도 되는지, 정신 번쩍 들게끔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어준 영화였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왼쪽)과 김태리. 미 해병대 장교와 여성 의병의 사랑이 극의 중심축이다.

드라마는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이 팽팽한데, 하나만 고르라면 ‘미스터 션샤인’을 택하겠습니다. 서사도 좋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감이 즐거웠지만,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세 남자의 브로맨스에 홀딱 반했습니다. 한 여자를 둘러싼 라이벌 관계인데도 정정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의리를 지켜내는 사내들과 이를 저마다의 매력을 살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멋지게 연기해낸 이병헌 유연석 변요한이란 배우가 무지무지 좋아졌습니다.

영화 ‘인생 후르츠’에는 노부부가 등장한다. 가정은 풍성함 그 자체. 함께 가꾼 정원부터 정성 들인 식탁까지 인생의 황혼기를 수놓는 지극한 사랑은 그 자체로 생기가 넘친다. 저물어가는 낙엽에 땅이 비옥해질 수 있다는 교훈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다큐로는 일본 작품인 ‘인생 후르츠’를 꼽아봅니다. 건축가 출신의 90세 할아버지와 87세 못하는 게 없는 슈퍼할머니가 아파트가 우뚝우뚝 솟아나는 도시 한복판에서 옛날 집을 고수한 채, 정원에 과일과 채소 수십 종을 직접 키우고 친환경적인 의식주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줍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마지막 설계도를 완성한 뒤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세상을 떠나는 할아버지 모습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요. 어떤 위대한 작품도 리얼리티의 감동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해준 작품입니다.

<추천작 보러가기>

엉클

지옥

나, 다니엘 블레이크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인생 후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