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성직자. 브뤼기에르 주교,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왼쪽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을 추진한다.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와 한국 순교 복자 가족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신부(1900~1986)에 대한 시복시성도 함께 추진한다. 서울대교구는 23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세 명의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시복시성이란 가톨릭교회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 혹은 순교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복자는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가 모시게 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이날 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 회의에서 “한국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 분의 시복시성 추진을 결심했다”며 “정식으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오랜 노력과 기도가 필요한 여정이지만, 세 분의 시복시성을 위해 이 시간부터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성직자로 1831년 교황청이 조선대목구를 설정하며 임명한 첫 대목구장이다. 조선 입국을 앞두고 중국에서 병으로 선종했으며 1931년 유해가 한국으로 송환돼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이유로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전형을 모범으로 보인 성직자”라고 설명했다. 방유룡 신부에 대해서는 “한국 순교자들에게 영감을 얻어 가톨릭 신앙을 동양적 정서에 녹여낸 고유한 수도 영성을 만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복시성은 교구 차원의 자료 수집과 검증을 거쳐 교황청 시성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시복시성 절차는 길게는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