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국 런던 공연 포스터. /라이브

한국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서 현지 창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한 영어 버전의 공연으로 두 달간 현지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명성황후’ 등 몇몇 작품이 우리 배우들과 함께 런던으로 건너가 짧게 공연한 적은 있었지만, 우리 창작 뮤지컬이 현지화해 런던의 대표적 극장에서 장기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제작사 라이브(대표 강병원)은 5일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오는 6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해 7월28일까지 공연한다고 밝혔다. 런던 서부 트라팔가 광장 인근, 탬즈강 건너편 런던아이가 지척인 지하철 채링크로스역 건물에 위치한 이 극장은 1864년 문을 열었고, 2011년부터는 현재의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온 유서깊은 극장. 객석 265석 규모 소극장으로, 웨스트엔드 극장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2016년 이후 제작극장을 표방하며 새로운 작품을 활발히 무대에 올려왔다. 국내 라이선스 공연도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레베카’가 지난해 9월 이 극장에서 공연됐다.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두 달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마리 퀴리’는 최초로 노벨상을 2차례 받은 폴란드 출신의 위대한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삶을 여성인 동시에 이민자라는 이중의 역경을 딛고 사회적 편견과 고난을 이겨낸 한 인간의 이야기로 그려낸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 2021년 제5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대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프로듀서상 등 5관왕이 된 수작이다.

영국 공연 전문 매체 웨트스엔드 시어터, 왓츠온스테이지 등은 지난 29일 일제히 ‘마리 퀴리’ 개막 소식을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 공연 전문지 플레이빌도 한국 뮤지컬의 웨스트엔드 진출에 주목했다.

제작사 라이브 대표 강병원 프로듀서는 현지 프로덕션에도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해 영국 제작진과 현지 배우들로 팀을 꾸렸다. 천세은 작가와 최종윤 작곡가의 한국어 공연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한국 창작진이 영국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두 달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국 현지 창작진들. 왼쪽부터 연출가 사라 메도우스, 음악감독 엠마 프래이저, 드라마터그 톰 램지, 안무감독 조안나 굿윈, 제네럴 매니저 케이티 립슨. /라이브

앞서 런던에서 진행된 두 차례 쇼케이스 공연의 연출가 사라 메도우스, 음악감독 엠마 프레이저, 드라마터그 톰 램지, 제너럴 매니저 케이티 립슨이 현지 스태프로 참여한다. 연출가 메도우스는 최근 뮤지컬 ‘라이드(Ride)’로 ‘오프 웨스트엔드 시어터 어워즈’의 뮤지컬 연출상 등 6 부문 후보에 올라 2 부문에서 수상했다. 음악감독 프레이저는 ‘렌트’, ‘스누피 더 뮤지컬’ 등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영어 가사 번안도 맡았다. 이밖에 ‘사관과 신사’ 영국 투어 공연의 안무가 조안나 굿윈,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와 ‘고스트’ 등의 음향 디자이너 앤드루 존슨, 캐스팅 디렉터 제인 디치, 영어 대본 번역가 류아름비가 참여했다. 출연진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채링크로스 시어터의 스티븐 레비 극장주는 “처음 ‘마리 퀴리’의 한국 공연 실황을 봤을 때 굉장히 똑똑한 공연이라 생각했고 우리 극장에 올리고 싶었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이야기가 영국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이끌어낼지 큰 기대가 된다”고 했다. 강병원 프로듀서는 “작품 개발 단계부터 꾸준히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이미 한국과 일본, 폴란드에서 관객 검증을 마친 만큼,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22년 11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뮤지컬 로드쇼 인 런던’ 프로그램으로 런던 웨스트엔드의 개츠비 맨션에서 하이라이트 쇼케이스를 열었고, 한국문화예술위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웨스트엔드 디 아더 팰리스에서 전막 쇼케이스도 개최했다.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두 달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2018년 문예위 창작산실 지원작으로 선정돼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친 ‘마리 퀴리’는 2020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초연에 이어 종로구 홍대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재연을 올렸다. 2019년 중국 상하이 쇼케이스를 열고, 2022년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또 일본의 엔터테인먼트기업 아뮤즈가 지난해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올린 바 있다.

국내 ‘마리 퀴리’ 공연 세 번째 시즌은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막을 내렸으며, 지역 투어 공연으로 지난 2~3일 광주예술의전당을 마치고, 오는 16~17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5월 김해문화의전당 공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