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아침 11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오른쪽)과 김지영 경희대 교수가 나란히 대극장 발레 해설 강연에 나선다. /마포문화재단

“발레가 어렵다고요? 얼마나 쉽고 재밌는데요!”

이 두 사람의 강의를 듣고 나면, 진짜로 발레가 친근해질 것 같다. 러시아 마린스키(옛 키로프) 무대에 ‘지젤’ 주역으로 섰던 원조 발레 스타 문훈숙(60) 유니버설발레단 단장과 네덜란드와 우리 국립발레단 수석을 거친 한국 대표 발레리나 김지영(45) 경희대 교수가 나란히 발레 해설 강연에 나선다. 서울 마포문화재단 대극장에서 진행하는 김지영의 ‘발레 아베쎄데’(26일)와 ‘문훈숙 단장의 발레 이야기’(내달 2일). 모두 아침 11시, 주부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시간이다. 수퍼스타 발레리나였던 두 사람이 토슈즈를 신는 대신 마이크를 드는 이유는 오직 “여전히 발레는 어렵고 졸리고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발레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해를 돕는 공연 영상은 물론 실제 무용수들의 시연도 볼 수 있다.

문 단장이 유니버설발레단 주요 공연마다 직접 진행하는 짤막하지만 친절한 해설은 기다리는 팬이 많다. “사실은 아무도 ‘실은 저 발레 잘 몰라요’라고 말 못 하잖아요. 궁금한데 물어볼 데도 없고. 축구도 그냥 볼 때보다, 왜 코너킥을 하는지, 선심이 드는 깃발은 무슨 뜻인지 알고 보면 훨씬 더 재밌잖아요? 발레도 마찬가지죠.”

주부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아침 11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오른쪽)과 김지영 경희대 교수가 나란히 대극장 발레 해설 강연에 나선다. /마포문화재단

문 단장은 “예를 들어, 발레에도 대사가 있다”며 직접 손을 가슴께로 모았다 상대를 향해 뻗으며 ‘나는, 너를, 사랑해’를 뜻하는 발레 마임을 보여줬다. “이 ‘무언의 언어’에 먼저 주목하고, 그 뒤엔 무용수의 상체를 유심히 보세요. 작품 스타일의 열쇠가 숨어 있거든요. ‘지젤’은 슬프기 때문에 팔꿈치부터 올라가고, 백조는 새의 날갯짓이니 등 뒤로부터 팔이 나오죠.” 문 단장은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보다 속도감 있고 유머러스한 ‘돈키호테’나 ‘호두까기 인형’으로 발레 관람을 시작하는 것도 거리감을 줄이는 데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지금도 무대에 선다. “춤을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조금 더 행복하게 춤을 추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남을 가르치다 보니 원리와 기본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동작의 연원, 문화와 캐릭터도 더 이해하게 되고요.”

이번 강연도 바쁜 현역에서 한 발 물러서 교육자가 된 뒤 얻게 된 새로운 경험을 쉬운 언어로 풀어놓는 자리. 그는 무용평론가인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과 함께 강의를 진행한다. 지금의 발레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서양 문화사의 흐름과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