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주인공 개츠비(왼쪽, 티모시 샬라메)와 여주인공을 맡은 챈(셀레나 고메즈)의 키스 장면./그린나래미디어

사진의 배경을 흐릿하게 하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조 기법은 감각신경 작용에서도 나타납니다. 감각신경은 정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주위의 신경을 억제합니다. 주위를 둔감하게 만들면 자극받은 부위를 뇌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측면 억제’라 부릅니다.

감각신경 억제는 좀 더 다양한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아픈 곳을 문지르면 촉각신경이 통각신경을 억제하여 덜 아파집니다. 가려운 곳을 아프도록 긁는 이유는 통각신경이 가려움신경을 억제하여 시원하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어린아이나 동물도 가려운 곳을 긁거나 아픈 곳을 문지르는 걸 보면 이 반응이 본능인 듯 여겨집니다.

시각의 간섭 작용은 유별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꽃 향기를 맡을 때 눈을 감는 것은 시각의 간섭을 없애고 음악과 향기를 잘 느끼려는 행동입니다. 연인과 입맞춤을 하거나 맛을 음미할 때도 눈을 감습니다. 이때 귀나 코를 막지는 않지요. 시각이 청각이나 후각보다 간섭이 심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시각의 간섭 위력이 대단해 보입니다.

환자들은 밤에 더 통증을 느낍니다. 원인이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항(抗)염증성 호르몬이 밤에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보고와 통증도 수면처럼 일주기 리듬을 갖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밤에는 낮에 통증을 간섭했던 여러 자극이 줄어들어, 환자가 더 아프게 느껴지고, 불안한 탓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