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벤처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가 자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 초음파를 경동맥에 갖다 대고 있다. 그 영상은 스마트폰 화면에 나온다. /고운호 기자

대학에서 물리와 공학을 배운 학생이 의사가 돼 세계 최초로 무선 초음파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그는 서울대서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의사가 된 후, 의료벤처 힐세리온을 세우고, 자신의 공부 이력과 딱 맞는 임상 진단용 무선 초음파를 개발했다.

무선 초음파 영상은 스마트폰 화면이나 아이패드, 갤럭시 탭 등으로 볼 수 있다. 의사가 전기면도기만 한 무선 초음파를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면서 응급실, 병실, 야외 재난 현장 등서 손쉽게 쓸 수 있다.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실제 출동 장면을 담아 화제가 됐던 KT 광고 영상에서도 이 교수가 헬기 안에서 이 무선 초음파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 4월 길병원에서는 복통을 호소하는 입원 환자를 내과주치의가 병실서 무선 초음파를 즉석 시행, 담낭결석 없는 담낭염으로 진단한 후, 응급 수술로 환자를 회복시킨 바 있다.

류정원 대표는 “코로나 19감염 환자의 가슴에 무선 초음파를 갖다 대 폐렴 소견이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며 “의료시설이 열악한 오지나 후진국에서도 정확한 진단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무선 초음파는 최근 국제개발은행이 저개발국가에 지원하는 의료 품목에 선정됐다. 가격은 1억원 정도 하는 일반 기계형 초음파의 10분의 1이하다.

그는 의대 재학 때 뇌과학연구소에서 별도로 초음파, CT, MRI 등 의료 영상을 파고 들었다. 의사로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덩치 큰 초음파 기계를 진료 현장서 제대로 쓰지 못 하는 것을 보고, 무선 초음파 개발에 뛰어들었다.

류 대표는 “무선 초음파는 조직검사, 통증 주사 치료, 정맥류 진단, 동물 진료, 필러 시술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인공지능을 넣어 자동차 자율 주행 기능처럼 진료 현장서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