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치매. 아직 효과적 치료제는 없기에 예방이 최선이다. 청력 장애는 치매와 관련된 대표적 위험 인자로, 치매 발생 원인의 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세 이상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겪고 있는 청력 장애는 보청기나 인공 와우 이식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신경과 판에 보청기 사용과 치매 예방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보청기나 인공 와우 이식과 같은 청력 장애 치료가 인지 기능 또는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31건의 결과를 종합 분석했다. 총 12만6903명을 최장 2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보청기를 사용한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 인지 기능 장애 발생률이 19%, 치매 발생은 17% 낮았다. 보청기를 통한 인지 기능 손상 방지 효과는 보청기 사용 시점에 인지 기능이 정상인 사람뿐 아니라, 일부 손상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청력 장애가 지속되면 뇌피질에 소리 자극이 줄어들어 청각 담당 뇌피질이 수축될 수 있다. 잘 듣지 못하면 대화 나누기 힘들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사회 활동도 줄어든다. 뭔가를 듣고자 하는 행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됨에 따라서도 인지 기능 장애가 가속된다. 보청기는 청력 소실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줌으로써, 이런 과정으로 일어나는 인지 기능 장애를 막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 들어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치매 예방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