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가 설계하고 건축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모습. 뼈 모양의 구조물이 눈에 띈다. /바르셀로나 관광청

건물을 예술로 승화한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년). 그는 여섯 살 때부터 관절염을 앓았다. 관절 통증은 가우디 일생 내내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며 그의 생활을 고달프게 했다.

가우디는 발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발등 덮개 없는 신발을 신고, 양말을 두 장 겹쳐 신었다. 낡은 고무를 밑에 대고 헝겊을 둘러 싸매고 다녔다. 보기에도 매우 남루하고 누추했다. 동작이 느린 가우디는 길을 건너다 다가오는 전차를 피하지 못해서 치이는 사고를 당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부랑자라 생각하고 허름한 요양시설로 보냈다. 거기서 사흘 후 가우디는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에야 이 노인이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

관절염은 역설적으로 그를 위대한 건축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가우디 작품에는 얼기설기 엮은 뼈 모양이 많은데 관절염을 앓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우디는 관절통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을 하거나 같이 놀지 못했다. 당나귀를 타고 집 멀리 나와 자연에 머문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 과정서 나무와 숲의 형태에 대한 관찰력과 분석력을 키웠고, 그런 능력이 독특한 형태의 작품 구성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그는 자연이 나의 스승이라고도 했다.

가우디는 당시 의학적 수준에서는 관절염 관리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채식주의 식단을 평생 지켰고, 매일 산책을 즐겨 했는데, 통증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가우디의 관절염은 어린 시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소아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보인다”며 “요즘에는 염증 매개 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차단하는 주사제가 다양하게 나와서 통증 관리가 잘된다”고 말했다. ‘곡선의 미학자’로 불리는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했다. 관절이 휘는 고통 속에서 위대한 창의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