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정 객원기자

아이가 자폐가 의심된다고 하여 명의를 수소문한 끝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천근아 교수 진료 예약을 잡으려고 하면 깜짝 놀란다. 5년 후인 2027년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외래 진료 대기가 그만큼 꽉 찼다.

천 교수는 “요즘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진단도 정확해져서 약 44명 중에 한 명꼴로 범자폐증을 일컫는 자폐 스텍트럼 장애로 진단된다”며 “자폐 증상은 나이와 언어 수준에 따라 변하고 심각도에 따라 중점적으로 봐야 할 증상들이 다르다는 점을 환자 보호자들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상 생후 18~24개월 정도면, 아이의 이상 행동을 보고 자폐를 의심할 수 있게 된다. “그 정도 나이에 이름을 불렀을 때 고개를 돌려 호명한 사람의 눈을 맞추는 이른바 ‘호명반응’이 부족한 경우는 일단 의심해봐야 합니다. 10번 불렀을 때 6~7번 이상 호명반응을 하는 것이 정상이죠. 놀 때도 양육자의 눈을 맞추기보다는 어깨나 가슴, 턱을 보거나, 허공을 응시할 때, 특정 물건에 집착하거나, 장난감 자동차 바퀴만 돌리거나, 물건을 일렬로 줄 세우는 것을 고집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할 때도 의심해야죠.”

천 교수는 “말하는 게 또래에 비해 늦고, 사회성 결여가 있으면 자폐 종합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모든 증상들이 뚜렷이 보이는 시기는 만 4~5세 경”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진료실에서 아이 행동과 말로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면서, 집에서 아이의 이상 행동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진료 의사에게 보여주면, 아이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기에 그는 환자 쪽이 자료를 올리는 방식의 앱(App) 시스템을 통해 자폐 상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천 교수는 “부모들은 아무래도 아이가 자폐가 아니길 바라는 심정 때문에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상 행동이 한 개라도 명확하게 나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봐야 한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중증화되는 것을 막고, 학령기 전후에 나타나는 공격성, 극심한 불안 등을 예방하여 학교 생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