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마지막 단계인 대장의 대표적 노화 현상은 변비다. 대장은 변을 만들고 밀어내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수분을 조절하고 장을 부드럽게 하는 점액을 분비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면 변이 딱딱해지고 힘을 줘도 변이 잘 나오지 않는 변비가 생긴다.

대장과 항문의 노화와 대처법

대장 내시경을 하고 나서 게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대장이 늙었다는 얘기로 받아들이면 된다. 오래된 도로가 움푹 파인 것을 본 적이 있으리라. 그런 게 대장 게실이다. 나이 들면 장 점막이 얇아지고 장 근육도 약해져서 자꾸 꽈리처럼 대장 밖으로 부풀어 구멍이 생긴다. 여기에 염증이 자주 생겨 대장 게실염이 고령자에게 많다. 고열과 복통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오래 살면 대장에 살고 있는 균도 바뀐다.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서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런 환경이 변비, 설사뿐 아니라 당뇨병, 비만, 치매 같은 온갖 질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이가 들면서 흔히 소변이 샌다고 말한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변이 새는 사람은 더 많다. 항문을 꽉 조여주는 근육을 항문 괄약근이라고 하는데, 힘이 약해지면서 변실금이 온다. 속옷에 변이 묻고 항문 주변에 자꾸 피부염이 생기면 변실금이 있는 거다.

장이 늙는 것을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규칙적 유산소 운동은 대장 움직임도 늘려주고 장 혈관도 튼튼하게 해준다. 누워만 있으면 변비가 훨씬 잘 생긴다. 적절한 수분이 없으면 장도 말라가고, 변도 더 딱딱해지고 장에 상처도 잘 생긴다. 물을 하루 2리터 정도 마시자.

너무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하면 장에 살고 있는 유익균이 줄어든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지나치게 가스가 많이 나온다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먹는 유산균을 고를 때는 적어도 3종류 이상의 균주가 있고 100억 마리 이상 유산균이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하자. 변실금을 막기 위해서는 항문 괄약근 운동을 해야 한다. 항문에 힘주는 케겔 운동도 큰 도움이 된다.

/김광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