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나 폐에 비해 나이 들어도 비교적 잘 버티는 게 소화기다. 먹어야 살기에 그렇다. 그래도 노화는 피할 수 없다. 우선 음식을 입에서 위로 전달하는 식도는 근육 수축력이 감소하게 된다. 위와 식도 중간의 괄약근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기 쉽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은 명치 부위가 답답하고 신물이 올라오고, 신트림이 자주 나온다고 말한다.

소화기 노화와 대처법

위에서 나오는 위액 성분 중 위산은 ‘쇠도 녹이는’ 매우 강한 산'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단백질을 분해하는데 위는 위산과 평생을 같이 지낸다. 위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위 점막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점막 두께나 보호 능력이 줄어든다. 위염이나 궤양이 잘 생길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은 통증으로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를 복용하는 경우가 잦은데, 그러면 궤양 위험도 더욱 커진다.

한편으로 위액 분비량이 떨어져 위축성 위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위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대표적인 신호다. 이 상태가 되면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위가 음식을 십이지장 쪽으로 배출시키는 속도가 감소된다. 식사를 하고 나서 오랫동안 배가 더부룩하거나 헛배가 찬 느낌이 올 수 있다.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면 지방과 탄수화물을 추가적으로 소화시키고 위산에 의해 산성으로 바뀐 음식물을 중화시킨다. 여기에는 쓸개즙, 췌장액이 분비되는데 노화 과정에서 이러한 성분 분비가 줄면 기름진 지방질 음식 소화가 안 된다. 묽은 변도 보기 쉽다. 탄수화물 분해가 덜 되어 방귀가 자주 나오고 가스가 차는 증상이 생긴다.

나이 들어도 음식 소화를 잘하려면 일단 너무 뜨겁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소화기를 보호하는 화장품과 같다. 위·식도 역류를 줄이려면 식후에 바로 눕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