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 무릎과 발목이 바깥쪽으로 돌아 있고, 고관절부터 발목까지 움직임도 너무 경직된 편이에요. 속도에 비해 하체 근육 피로도가 높은 자세입니다.”

지난 1일 기자가 체형 교정 전문 병원 강남세란의원서 달리기 자세 분석을 받았더니, 전형진 원장이 잘못된 점을 하나씩 지적했다. 실내 체육 시설 이용이 여의치 않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골라 야외에서 달리는 것만큼 좋은 유산소 운동은 없다. 문제는 자세다. 잘못된 자세로 30분 이상 달리기를 반복한다면 건강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달리기 초보자, 3D 동작 분석 받아보니

이번에 받은 달리기 자세 분석은 3D 동작 분석 기기를 활용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관절 부위마다 40개가 넘는 센서를 단 뒤 시속 4㎞, 8㎞로 작동하는 트레드밀에서 걷고 달린다. 그러면 검사실에 설치된 광학식 카메라 13개가 걷고 달릴 때의 자세와 각 신체 부위 움직임을 3D로 분석하고, 바람직한 표준 자세·움직임과 비교해준다. 팔꿈치·무릎·발목 각도부터 팔·다리 움직임 궤적까지 분석 항목만 총 24가지다. 걷고 뛰는 자세를 보면 통증 원인도 알 수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그래픽=양진경

기자는 “평소 근육·관절 사용이 제한된 생활을 하다 보니 달리기에 관여하는 근육 탄성이 부족해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가장 심한 건 거북목이다. 달릴 땐 상체를 5~10도가량 숙이는 게 좋지만, 원래 거북목인 기자 목은 앞으로 더 처졌다. 임은정 운동치료실 과장은 “고개를 앞으로 깊이 내밀수록 달릴 때 머리 무게(약 4㎏)를 지탱하는 목에 더 큰 부하가 걸려 통증이나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달릴 때 어깨·몸통·골반이 자연스럽게 5~10도 안에서 회전해야 하지만, 기자는 움직임이 거의 없어 부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

◇팔자·X자 걸음, 달리기 전 고쳐야

전형진 원장은 초보자가 경계해야 할 최악의 달리기 자세로 ①거북목 상태로 달리기 ② 팔자·X자 다리(발목·무릎이 안쪽으로 회전한 상태)로 달리기 ③골반 및 몸통 불균형 등을 꼽았다. 현대인 고질병인 거북목은 실내에서 달릴 경우 TV·휴대폰을 보느라 더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항상 상체의 5~10도 각도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팔자걸음 달리기는 약간의 운동으로 다리 바깥쪽 근육이 허벅지 안쪽 근육보다 발달한 남성에게서 자주 관찰된다. 반면 여성들은 허벅지 안쪽 근육이 약해지면서 발목·무릎이 안쪽으로 돌아 있는 안짱다리 상태로 걷고 달리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둘 다 하체 내전근·외전근의 균형을 무너뜨려 팔자걸음은 더욱 팔자로, X자 걸음은 더욱 X자로 만든다. 발목·무릎·골반·척추 통증, 연골 부상, 관절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어깨와 골반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릴 때 어깨와 골반의 좌우·상하 움직임도 비대칭일 경우 반복되는 달리기가 신체 비대칭과 불균형을 더 심각하게 할 수 있다. 전 원장은 “건강을 위해 달리기 시작했는데 발목·무릎·허리·목이 아프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초보자라면 자신의 걷고 달리는 모습을 촬영해 자세부터 살피고 한 번에 30분 이하로 자기 신체 움직임에 집중하며 달리기를 추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