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러하우스’의 치즈 크로플(앞)과 바질 크로플. /새들러하우스

크루와상 반죽 두 개를 와플 기계에 올린다. 뚜껑을 닫고 5~7분 지나면 끝!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디저트 ‘크로플(크루와상+와플·croffle)’ 만드는 법이다.

유행의 시작은 올 초 코로나 집콕 1기 때였다. 집에서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남은 음식은 에어프라이어로 데워 먹던 사람들이 이번엔 가정용 와플 기계를 사기 시작했다. 거기에 식빵도 넣어보고, 감자채, 누룽지, 떡 등을 눌러 와플 모양으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코로나 시대 또 하나의 집돌이·집순이들의 놀이가 됐다. 뜨거운 공기로 음식을 데우는 에어프라이어와 달리 가열된 판으로 눌러 만드는 와플 기계에 넣으면 음식들이 모두 ‘압축적 진한 맛‘을 갖게 돼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크로플’이란 말이 나왔다. 누군가 크루와상 반죽을 와플 기계에 넣었는데 그게 화제가 된 것. 와플의 쫄깃한 맛에 크루와상처럼 결결이 찢어 먹는 재미! 크루와상의 진한 버터향에 와플의 네모난 구멍 사이로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면 그 맛과 재미가 크루와상과 와플을 합친 것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코로나 시대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농담도 퍼졌다.

사실 크로플의 시작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카페 ‘르 프티 파리지엥’이다. 아일랜드 신문 ‘더블린 가제트’가 2017년 7월 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더블린 캠든가에 있는 이 카페의 제빵사인 루이즈 레넉스가 처음 크로플이란 메뉴를 만들었다.

최근 한국 카페에서도 크로플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새들러하우스’. 원래는 가방 브랜드로 쇼룸 내 ‘카페’를 운영하던 곳이 크로플 맛집으로 뜨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현재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크로플 팝업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플레인, 매운 바질맛, 고소한 치즈맛 등이 있다. 그 외 카페 아우프글렛부터 빵집 파리바게뜨까지 크로플을 팔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크로플을 만들 가정용 와플 기계와 냉동된 크루와상 생지(반죽)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빵들의 ‘이종 교배’는 크로플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건 2013년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출신 제빵사 도미니크 앙셀이 만든 ‘크로넛(크루와상+도넛)’. 크루와상 반죽을 기름에 튀겨 그 안에 크림을 넣거나 위에 다양한 글레이즈를 바르는 것이다. 빵을 세로로 절단하면 크루와상 같은 무수한 결이 보인다. 그냥 오븐에 구워 먹어도 맛있는 크루와상을 튀기기까지 했으니 그 푹신함과 고소함은 최고조! 앙셀에게 ‘천재 파티셰’라는 별명을 안겨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