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3’에서 최종 6위에 오른 김소연. /이태경 기자

“벌써 잘한다. 벌써 잘해!”

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3′ 첫 회. ‘챔피언부’로 등장한 김소연(20)이 마이크를 입에 대기도 전이었다. 전주 시작과 동시에 보조개가 쏙 파인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고는,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몸짓 몇 번 곁들였을 뿐이었다. 마스터(심사위원)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뚫고 나온 장민호 마스터의 이 한마디는 ‘미스트롯3′ 경연 내내 김소연이 보일 활약을 미리 요약해주고 있었다. 1라운드 ‘해바라기꽃’(원곡자 전미경) 노래 제목처럼 해맑고 해사한 미소와 간드러진 목소리, 한들한들 안무로 ‘명품 끼 패키지’라는 애칭을 얻은 김소연은 최종 6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제가 웃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오늘 잘못했으면 내일 더 잘하자’라는 성격이어서, 일어나면 기분 좋고, 맛있는 거 먹으면 또 즐겁고, 좋은 노래 들으면 감동하고. 그냥 사는 게 좋아요. 시청자분들이나 관객분들이 제 무대를 보면서 저랑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김소연만 보면 흐뭇한 웃음이 나오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느낌을 드리고 싶은 거죠.”

김소연은 2020년 MBC ‘트로트의 민족’에서 준우승을 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고등학교 교복 차림으로 부른 ‘나이야 가라’(원곡자 김용임)는 1500만뷰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오디션 2위로 단번에 주목받았지만 가수의 길이 쉬운 건 아니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콘서트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노래를 하고 싶어도 무대가 없으니 서러움만 커져 갔다. 공무원 출신인 아버지는 “학생 신분에 충실하자”고 그를 설득했다.

그의 풀 죽은 미소를 깨운 건 팬들이었다. “몇 달 만에 한 번 행사가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아시고 전국 구석까지 찾아오셨어요. 그렇게 또 몇 달을 기다려주시는 거예요. 어쩌다 방송에라도 나오면 너무 축하해주시는 거죠. 이렇게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는데, 이제 그분들을 위해 제가 나서야 되겠더라고요.”

소속사를 새로 찾고, ‘미스트롯3′에도 지원했다. ‘긍정 요정’의 기운이 되살아났다. “’원조’의 자부심이랄까, 다른 트로트 오디션이 많아도 ‘트로트 오디션’ 하면 딱 미스트롯만 생각하시잖아요. 여기서 살아남아야 진정한 가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결승전 인생곡으로 부른 ‘일편단심’(원곡자 금잔디)은 팬들을 위한 ‘팬바라기’ 심정으로 골랐다.

타고난 웃상(웃는 얼굴)으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 눈웃음이 모든 노래에 통용되는 건 아니었다. 특히 팀 메들리전 ‘뽕커벨’의 피날레 곡인 조항조의 ‘후’에서 계속 표정 지적을 받았다. “한껏 슬픈 감정을 잡고 있는데도 왜 자꾸 웃냐고 하는 거예요. 일부러 입꼬리 내리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같은 팀원이었던 배아현(28)은 “나도 어렵게 극복했다”면서 그에게 담백하게 음을 짚는 법을 조언했다. “아현 언니랑은 면목동 같은 산부인과 출신이라 ‘찐언니’ 같은 거에요. ‘미스트롯3′가 정말 신기한 게, 분명 경쟁인데 서로 노래 연습을 도와주고, 가창 비법도 공유하면서 응원해요.”

그는 경연하면서 스스로 약속한 게 있다.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밥차 봉사를 하는 것. “제가 밥을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밥 나눠드리면서 같이 춤도 추고 흥을 올려드리고 싶어요. 저랑 같이 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