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요 레전드’ 가수 이미자가 7일 방송하는 TV조선 ‘미스트롯3’ 결승전에서 특별 무대를 갖는다. 진(眞) 시상식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제 노래 인생 65년 중 이번 프로그램에 나서는 게 가장 겁나는 것 같아요.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진이 점점 더 노래도 너무 잘하고, 예뻐지고, 깜찍한 데다, 생동감이 넘치잖아요. 이러다 비교되는 건 아닐까 하고.(웃음)”

까마득한 후배 가수를 치켜세우는 데뷔 65년 차 선배의 말에선 오히려 타고난 기품이 느껴졌다. ‘가수들의 가수’로 불리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83)가 7일 TV조선 ‘미스트롯3′ 결승전에 전격 출연해 특별 무대를 선사한다. 이미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한 회도 빼지 않고 모두 시청한 열혈 팬”이라면서 “’미스트롯3′ 출연진 너나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제 마음을 절로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을 발표한 이미자는 이후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아씨’ 등 히트곡이 담긴 음반만 500여 장, 2000곡 이상을 선보이면서 현대사와 함께해왔다. 그는 자신을 찾는 곳이라면 전쟁 중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향했다. 어떤 날은 베트남 파병 전사를 위해, 어떤 날은 독일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한(恨)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했다.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이미자는 일부 ‘특별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TV 예능 무대에 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던 그가 마음을 돌린 건 외롭고 소외됐던 이들에게 흥을 일으켜준 후배들 때문. 그는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통해 트로트가 지금 같은 사랑을 받기까지 애써 준 마스터와 후배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자 나서기로 결심했다”면서 “얼마 전 준결승전에서 신곡 미션으로 새 노래를 부르는 방송을 보니, 다들 이전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는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인성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열아홉 순정’ 가사 그대로 ‘수줍은 듯한’ 말투였다. 그는 이번 특별 무대에서 두 곡을 부른다. 1967년 발표한 ‘유달산아 말해다오’(이하 ‘유달산’)와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수록곡 ‘갈매기가 되어’(이하 ‘갈매기’). ‘유달산’은 지금껏 경연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노래로 음폭(노래 높낮이)이 굉장히 커서 원곡자 스스로도 부르기 어려운 곡 중 하나라고 했다. ‘갈매기’는 발라드풍으로 담담하게 부른 노래다. 자신이 부른 수천 곡 중에서 직접 두 곡을 고르고, 수십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자신의 밴드까지 대동해 무대에 나선다. 이미자는 “트로트의 표본이 되는 극과 극의 스타일 두 곡을 골랐다”면서 “이 두 장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면 가곡, 가요 등 어떤 노래든 다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가요 경연에서 이미자의 노래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이번 ‘미스트롯3′만큼 ‘이미자’라는 이름이 자주 불렸던 적도 없다. ‘미스트롯3′ 1회에서 이미자의 ‘모정’으로 대중을 울린 빈예서(12)를 비롯해 준결승 신곡 무대 ‘바람 바람아’로 돌풍을 일으키며 1위로 결승에 진출한 ‘리틀 이미자’ 정서주(16), 해남 농부 출신으로 탄탄한 발성으로 톱7에 오른 미스김(23)까지 톱 10 중 3인이 예심 때 이미자의 노래로 올하트를 받았다.

이미자는 “‘미스트롯3′에서 10대, 20대 후배들이 자신의 혼을 다해, 음정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내 데뷔 시절이 떠올랐다”면서 “내가 요즘 태어나서 ‘미스트롯3′에 나왔다면 아마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어린 시절 콩쿠르에 나가기만 하면 매번 1위를 거머쥐었다는 그는 나이가 너무 어려 1등 대신 특별상을 받았던 적도 여러번이었다. “몇 등을 예상하느냐고요? 퍼포먼스가 안 되잖아요(웃음). 노래하면서 퍼포먼스까지 그렇게 잘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정말 깜짝깜짝 놀라요.”

가요계 대선배로서 5년 넘게 이어진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장수 비결로 마스터(심사위원)들의 역량도 빼놓지 않았다. “장윤정씨 위트에 반했어요. 섬세하게 한 명 한 명 장단점을 짚어내는데, 심사를 정말 잘하더군요. 다른 마스터분들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자리를 지켜줬기에 오늘의 트로트가 빛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굴곡진 우리네 삶을 닮은 트로트의 질긴 생명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도 TV를 보면서 가끔은 마스터의 자세가 되곤 한다. “악보대로 정확하게, 음표대로 정박자로 충실하게 부르는 것을 가장 중시합니다. 기본기가 잘 닦여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후배들이 눈에 띄더군요. 물론 노래하다 보면, 기교를 부리고픈 유혹에도 빠집니다. 박자를 늘린다거나, 중간 음을 흐리거나 뭉개면서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게 화려하게 꾸미는 건, 잠깐 멋져보일 수는 있습니다. 극히 일부지만 어떻게라도 기술을 부리려든지, 튀려는 모습이 역력하기도 하더군요.”

이미자는 이번 무대와 함께 ‘미스트롯3′ 진(眞) 왕관 수여식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간 ‘트로트’라는 단어 대신 ‘전통가요’를 주로 써왔던 의견도 최근 내려놨다.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 이미 대중에게 정착됐고, 트로트가 가요로서 발라드·팝·힙합 등 다른 장르로 확장성을 다분히 열어놓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자는 “트로트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사적 현장’에 설 생각에 설렌다”면서 “트로트는 성량, 음정, 발성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가능한 장르인 만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