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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 매화 등 꽃소식이 들려온지 오래지만 서울에선 아직 본격적인 개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때 올해 마주할 꽃들을 미리 예습해두는 것은 어떨까. 꽃전문가 박승천씨가 프로그래밍을 직접 배워 만든 꽃 이름 맞추기 앱 ‘꽃길’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게임도 하고 꽃공부도 하고

‘꽃길’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 500종을 사진을 보며 꽃 이름을 맞추는 게임 앱이다. 꽃 사진 3장을 10초 동안 연속해 보여주고, 하단에 나타나는 꽃 이름 3~4개 중 맞는 이름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꽃 이름을 맞출 때마다 점수가 1점씩 올라간다.

그리고 다섯 문제를 틀리면 게임이 잠시 중단되고 틀린 꽃들을 보여주는데, 이 꽃을 클릭하면 해당 식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식물 이름을 반복 학습하면서도 모르는 식물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설정에서 문제 출제방식을 개화기 또는 무작위 순서로 바꿀 수도 있다. 화단·공원 등 주변의 꽃 문제를 풀지, 들녘의 꽃 또는 나무 문제를 풀지도 선택할 수 있다. 제비꽃 전문가가 만든 앱답게 제비꽃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코너도 만들었다.

꽃이름 맞추기 앱 '꽃길' 화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200여종,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200여종, 제비꽃 60여종 등 500종 가까이를 담았다. 처음에는 앱이 좀 어설픈 듯하고 꽃도 200개 정도밖에 담지 못했으나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꽃도 추가하면서 이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앱인 것 같다.

주변에 피는 꽃이라고 문제가 쉽지는 않다. 사진 3개가 10초에 지나가니 마음이 급해지는데다 식물 개수를 늘리면서 의외로 익숙지 않은 식물도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주변에 흔치 않은,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라는 남부 식물이 나오면 허둥댈 수도 있다. 특히 제비꽃 코너는 난이도 최강이다.

앱을 내놓은지 1년 정도 지났는데 벌써 2000여명이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게임을 하다보니 아는 꽃이름이 늘어나면서 재미도 쏠쏠”, “꽃이름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딱 내가 찾던 앱”이라는 반응을 볼 수 있다. “꽃을 봐도 이름을 몰라 답답하고, 외워도 금방 까먹었는데 꽃이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강추!”라는 리뷰도 있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이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2005년 제비꽃에 반해 본격 공부

박승천씨(65)가 ‘꽃길’ 같은 앱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코딩을 알기 이전에 수십 년 동안 우리 산과 들을 누비며 꽃과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꽃길’ 개발자 이전에 ‘제비꽃 박사’였다. 60여종이 넘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한반도 제비꽃을 그는 다 꿰고 있다. 그가 2012년 초판을 낸 ‘한국의 제비꽃’은 800장의 사진으로 우리 땅에서 자라는 모든 제비꽃을 담고 있다. 2021년엔 우리나라 나무 100과 700종을 사진으로 비교해가며 설명한 책 ‘우리나무 비교도감’도 냈다.

'꽃길' 앱 개발자 박승천씨.

박씨가 본격적으로 꽃에 빠져든 것은 2005년쯤이다. 직장 생활 중 답답함을 풀려고 의정부 등으로 나가 복사꽃·배꽃을 스케치했는데 어느날 바닥에 제비꽃이 핀 것이 보였다. 어느날은 보라색 제비꽃이, 다른 날엔 흰색 제비꽃이 피었다. 이 제비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다 어느 날부터 스케치 대신 제비꽃 공부에 빠져들었다.

서울제비꽃.

박씨는 코딩을 유튜브로 공부했다. 한 3년 코딩을 공부하니 ‘꽃길’ 같은 앱을 만들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작하고 나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한번 ‘무한 루프’ 등 수렁에 빠지면 해결방법을 찾지못해 두어달 끙끙 앓을 때도 있었다. 초기 형태로 앱을 만드는데만 7개월이 걸렸다. 박씨는 “하도 단조롭고 고단한 작업이라 이 앱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꽃이름도 오래 기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지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꽃이름을 1000개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은 챗GPT에 물어가며 작업하고 있다. 박씨는 “이름을 알면 꽃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PC에서 할 수 있는 웹 버전도 곧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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