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여전히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후 스스로 목숨을 끊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이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는데도 지지자들은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만들고 있다.

당시 성희롱 사건에 관련된 공무원들은 이후 서울시를 떠났다.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만 여전히 서울시에서 7급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A씨는 지난해 출간한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 그를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향한 공격의 화력이 되는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면서 “약자의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본인들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다”고 썼다.

성희롱 사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주명(60)씨는 2019년 7월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서울시 주변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김씨는 CBS 기자 출신으로 2016년 서울시에 미디어특보로 들어와 2017~2018년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씨에 이어 2018~2020년 비서실장을 지낸 오성규(56)씨는 2021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까지 올랐으나 이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의 반발로 낙마했다. 서울시 공무원 B씨는 “이후 오씨는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들어가 온라인소통단 부단장을 맡는 등 친명계로 정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민주당에서 출범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도 상임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박 전 시장에게 피해자가 고소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린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2021년 면직됐다. 그는 2018년까지 남인순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다 2019년 박 전 시장이 만든 서울시 젠더특보(3급)가 됐다.

한편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에 따르면 영화는 박 전 시장의 3주기를 맞는 7월 9일 전에 개봉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유튜브를 통해 2차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박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이를 사실로 인정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김봉수 아시아경제 기자는 “성희롱은 아니었다. 여비서가 먼저 ‘시장님, 저 네일아트했어요’라고 손을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5편에 걸쳐 ‘박원순 사건 팩트체크’라는 제목으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박 전 시장을 희생양처럼 묘사하는 영상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