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기는 생후 3~4개월에 고개를 가누기 시작한다. 6개월 정도 되면 고개를 완전하게 가눈다. 이후에는 졸리거나 아플 때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 머리와 목을 바른 자세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머리와 목이 똑바르지 않고 좌우 또는 앞뒤로 기울어 있는 것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사경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는 사고나 질병 때문이 아니면 대부분 선천적이다.

◇목에 멍울 있으면 사경 의심

아이가 사경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먼저 아이의 몸통을 감싸서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다. 그리고 아이의 두 눈을 연결하는 선과 지면의 각도가 얼마나 기울어 있는지 측정한다. 두 눈을 연결하는 선과 지면이 평행하면 사경이 없는 것이다. 귀가 어깨에 닿을 정도면 사경 정도가 심하다고 봐야 한다.

사경이라면 근성 사경인지 확인해야 한다. 근성 사경은 목 근육 중 하나인 흉쇄유돌근의 문제로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잘 펴지지 않는 질환이다. 임신 기간 자궁 안에서 또는 분만 과정에서 근육이 당겨지면서 손상돼 생긴다. 근성 사경은 신생아 1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자료=아주대병원

아이의 한쪽 목에 멍울이 있다면 근성 사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기가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려고 해도 근성 사경일 가능성이 있다. 목을 기울이지 않기 위해 어깨를 올리거나 목을 비트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근성 사경 증상이 있는 아이는 성장하면서 목에 있는 근육이 단단해진다.

◇약 10%는 수술 치료 필요

근성 사경은 저절로 낫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아이 성장과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척추 측만증, 머리뼈의 변형과 목의 정렬 등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약 90%가 물리치료로 완치되며 10% 정도만 수술이 필요하다. 물리치료는 소아 사경 치료 경험이 풍부한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 치료는 아이 상태에 따라 주 1~3회 정도 이뤄지며 3~4주 동안 아이가 고개를 좌우 대칭으로 돌릴 수 있고 머리가 기울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한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목에 멍울이 남아있어도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약 6개월 이상 충분히 물리치료를 받았는데도 목이 계속 기울거나 돌아가지 않는 경우, 안면 비대칭이나 척추 측만증이 생긴 경우, 머리와 목 사이가 비틀어지는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응급 수술은 아니지만, 수술을 많이 미루는 것은 좋지 않다. 수술을 미루는 동안 다른 합병증이 진행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유착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완치돼도 꾸준히 관찰

임신영 교수·아주대병원 사경센터장

근성 사경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목뼈를 포함한 척추가 자라는데 뼈 길이만큼 근육의 길이가 따라잡지 못해 고개가 기울고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가 끝났어도 아이가 자라면서 고개를 잘 돌리는지, 근육 길이는 충분히 유지돼 있는지, 척추 측만증이나 안면 비대칭과 같은 이상이 발생하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근육에 문제가 없는데 고개가 기우는 아이도 있다. 비근성 사경이라고 하는데 신체 기관에 문제가 있어 사경이 나타나는 경우다. 한쪽 안구가 위로 올라가는 수직 사시가 있는 경우 고개를 계속 반대편으로 기울이게 된다. 안구 진탕(눈동자 흔들림),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등도 사경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사경은 근육 스트레칭이나 목 근육 수술로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안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목뼈 모양에 이상이 있을 때도 사경이 생길 수 있다. 또 뇌와 척수 문제로 사경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소뇌가 목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경우 사경이 나타날 수 있고 뇌와 경수에 종양이 있을 때도 사경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사경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경은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