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음악’을 연주하는 프랑스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예술의전당

기쁘거나 환영할 때 하는 박수도 클래식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정상급 현대음악 연주 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이 말 그대로 ‘박수 음악(Clapping Music)’을 연주한 것. 단원 6명은 바이올린·첼로·플루트·클라리넷 등 자신의 악기들을 내려놓고서 어떤 반주도 없이 순전히 박수로만 작품을 ‘연주’했다.

언뜻 농담처럼 들리는 이 곡은 미국 미니멀리즘의 대표적 작곡가 스티브 라이시(86)의 1972년 정식 작품이다. ‘짝짝짝/ 짝짝/ 짝/ 짝짝’의 8분 음표들로 이뤄진 박수 패턴이 반복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5분여간 다채로운 리듬의 세계를 빚어낸다.

어릴 적부터 재즈와 타악기에 빠진 작곡가는 1970년대 아프리카 가나와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의 리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 가나에서 체류하다가 모기에게 물려서 말라리아에 걸리는 바람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기도 했다. 둘 이상의 리듬을 교차시키거나 충돌시키는 복합 리듬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도 이 무렵이다. 얼핏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는 ‘박수 음악’에도 종전 서구 음악에 대한 반성이라는 진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셈이다. 유튜브에도 조회수 100만의 ‘박수 연주’ 영상이 많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프랑스 거장 피에르 불레즈부터 한국 작곡가 진은숙·최우정(서울대 교수)·홍성지(미 노스텍사스대 교수)까지 현대음악만 10곡을 연주했다. 역설적으로 가장 큰 박수가 쏟아진 곡도 ‘박수 음악’이었다. 청중의 환호에 단원들은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서 앙코르로 다시 한번 연주했다. 엉겁결에 무대로 불려 나온 최우정 교수는 “갑자기 손뼉을 치려니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얌전하게 기본 패턴만 쳤다”며 웃었다. 까다롭고 난해하게만 보이는 현대음악도 얼마든지 관객 참여형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자리였다. 예술의전당 현대음악 시리즈는 7월 6일과 11월 2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