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원더

/넷플릭스

“귀한 아이예요. ‘기적(a wonder)’이죠.”

넉 달째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는 열한 살 소녀 ‘애나’. 1862년 아일랜드 중부 작은 마을, 이 기적의 아이를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톨릭 신부는 자기 교구에서 일어난 기적을 인증받고 싶고, 늙은 의사는 소녀에게서 영생의 비밀을 캐내고 싶다.

기적 검증을 위해, 이들은 전쟁 종군 경험이 있는 잉글랜드 간호사 ‘립’을 고용해 다른 수녀와 함께 애나를 관찰하게 한다. 같은 기도문을 하루 서른세번 외우고, “하늘의 ‘만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애나. 이 소녀는 정말 기적일까. 매일 밤 아이들이 시궁창에서 굶어 죽는데, 왜 세상은 이 소녀에 대해서만 떠들썩할까.

/넷플릭스

숨죽이며 따라가게 하는 서사의 힘이 대단한 심리 스릴러. 종교적 신비와 과학의 대립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인물들 마음 속 트라우마를 헤집어 탐욕과 학대, 광신이 빚어낸 비극으로 방향을 틀더니 뜻밖의 반전을 거듭한다.

영상이 아름답다. 회화적 색채와 부드러운 명암의 대비가 루벤스나 페르메이르 같은 17~18세기 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간호사 ‘립’을 연기한 차기 ‘블랙 위도’ 플로렌스 퓨 등 여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빛난다.

아일랜드 소설가 에마 도너휴의 동명 소설 원작. 훗날 캡틴 마블이 되는 배우 브리 라슨에게 2016년 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룸’(2015)의 원작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로 각색한 작가다.

클래식 서울시향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북유럽의 정서가 녹아 있는 걸작. 이 협주곡을 1904년 초연 당시 오리지널 버전과 1905년 개정판으로 비교 감상할 흔치 않은 무대가 열린다. 우선 24~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지휘 오스모 벤스케) 연주회에서는 조지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사진>가 개정판을 협연할 예정. 다음 주인 30~31일 예술의전당에서는 핀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가 오리지널 버전을 연주한다. 오리지널 버전은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영화 ‘6번 칸’

/싸이더스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는 고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러시아 무르만스크행 기차에 탑승한다. 하지만 우연히 동승한 러시아 청년 ‘료하’가 보드카에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오로지 기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들이 마주치는 공간이 영화 제목인 ‘6번 칸’이다. 202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2인극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빼어난 ‘로드 무비(road movie)’가 그러하듯 여행의 종착점이 가까워지면서 ‘적의’가 ‘우의’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연극 ‘하얀 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태지의 ‘난 알아요’와 “학원 자주” 등을 외치는 시위대 구호가 거리에서 함께 뒤섞여 흐르던 1990년대 초가 배경이다. 늘 함께였지만 시간이 흘러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 대학 여자 친구 둘이 30년 만에 우연히 마주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그땐 희망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적폐, 타도의 대상이 됐다”는 대사가 아프게 들린다. 제목은 봄의 최루탄 연기를 빗댔다.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극단 놀땅이 만들고 배우 김정, 이세영, 이준영 등이 출연한다. 최진아 작, 연출로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뮤지컬 ‘비밀의 화원’

/연합뉴스

날이 밝아오면 돌담 너머의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네 친구,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있는 이들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그때 어린 시절 읽던 동화 ‘비밀의 화원’이 나타난다. 1950년대 영국 한 보육원이 배경이던 동화가 창작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사회생활을 하며 소중한 것을 잊게 되는 성인을 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밀의 화원을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 향기가 공연장을 채우는 것도 특징. 배우 홍나현, 유낙원 등이 출연한다. 이성준 작곡, 이기쁨 연출로 4월 30일까지 국립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