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직 돌이 안 된 아기 중에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대로 게우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영아 위식도 역류’라고 해요. 위식도 역류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넘어오는 걸 말합니다. 입 밖까지 나오는 경우도 포함하죠.

이 경우 위 내부의 압력이 가슴과 목의 압력보다 크기 때문에 위 속 내용물이 식도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구토’는 역류한 위 내용물이 입 밖으로 나온 것뿐만 아니라 울렁거림·구역질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죠.

영아 위식도 역류는 돌 전 아이에게 흔한 증상이에요. 생후 1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 아기들 식사는 유동식이 대부분이며 누워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죠. 아기의 위가 작아서 담을 수 있는 양이 적은 것도 위식도 역류가 자주 생기는 이유입니다.

아기가 게울 때 위 내용물이 입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코에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 경우 아기들의 95% 정도는 따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생후 12~14개월쯤이 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먹는 걸 거부하거나, 구역질·기침·발열·보챔 등이 동반되면 이때는 질병을 의미해요. ‘위식도 역류 질환’이라고 하는데, 역류로 인해 조직이 손상되고 아기는 힘든 증상을 경험하게 돼요. 역류한 위 내용물이 폐로 반복해서 흘러 들어가면 흡인(吸引) 폐렴이 생길 수도 있어요. 식도 염증으로 통증과 출혈이 생기고, 먹는 걸 거부할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꼭 의사와 상의하세요.

아기의 역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유량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아기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을 때는 엎드린 자세나 세운 자세가 역류 예방에 도움이 돼요. 아기 우유의 점도(粘度)를 높여서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이때는 분유에 물을 덜 섞어서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분유에 쌀 미음을 섞어서 점도 조절을 하거나 점도를 높인 조제분유를 이용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