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가 2021년 1월 31일 오후 유튜브로 중계된 온라인 콘서트 '더 쇼'(THE SHOW)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YG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은 위기를 딛고 도약할 수 있을까. ‘SM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전문가들의 제안을 들었다.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1)커진 덩치에 걸맞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춰라

하이브·SM·YG·JYP, 소위 국내 4대 음반 기획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대표 이름을 사명에 품고 있다는 것. 이수만·양현석·박진영의 영문 이름이 SM·YG·JYP의 시작이 됐고, 하이브도 과거에는 방시혁 의장의 작곡가 시절 예명인 ‘히트맨 뱅’에서 따온 ‘빅히트뮤직’이 시작이었다. 그만큼 1인 프로듀서의 입김이 셌고, 이들의 선구안이 회사를 키워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팝의 미래를 위해선 이 얼굴들을 지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로를 지우란 것이 아니다. 더 이상 1인 리더십에만 의존하기엔 K팝과 관련 산업이 너무 커졌다는 뜻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과거 일본에서도 프로듀서 ‘쟈니 기타가와’가 좌지우지하는 아이돌 기획사 쟈니스가 J팝을 주물렀지만, 결국 트렌드를 좇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JYP·하이브가 YG·SM보다 오너리스크를 덜 겪은 것도 “일찍부터 1인 독점 체제를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JYP는 산하에 여러 제작본부를 두고, 음악선곡위원회를 꾸려 다수의 전문가가 활동곡을 선택한다. 하이브도 여러 음반 기획사를 인수해 산하에 두되, 독립적인 운영 권한을 보장해 주는 ‘멀티(서브) 레이블 체제’를 운영 중이다. 이는 세계 3대 음반 기획사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뮤직’의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뉴진스

2)장르 다양성을 넓혀라

특정 연령대, 성별에 치중된 ‘마니아적 팬층’도 혁신 대상이다. 평론가 유니림씨는 “K팝은 팬덤 비즈니스를 극도로 세분화해 발전시켰을 뿐 아직까지 ‘서브 컬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유행가가 적다’는 것이다. 신현준 교수는 “다양한 연령대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K팝을 소비할 이유를 만들어주려면 ‘대중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K팝의 색을 완전히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와 창작자’를 폭넓게 들여오려는 노력과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뜻. 평론가 김작가씨는 “특정 장르와 스타일이 유행하면 아류작을 생산해 내는 K팝의 고질적인 관행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과거 아시아 시장을 대표했지만, 자기만의 틀에 갇혀 금세 밀려난 J팝처럼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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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현지화 전략’을 정교하게

K팝 수출 전략으로 떠오른 ‘현지화 그룹 제작’ 방식에 맞춘 변화도 필요하다. 과거 국내 멤버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는 방식이 아닌, 현지 음반사들과 합작해 현지인으로 꾸린 그룹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일본 제작사 ‘에이벡스’의 일본인 걸그룹 XG처럼 해외 음반사가 국내 프로듀서를 데려가 자국인들로 구성된 그룹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제 K팝 소비자는 더 이상 한국인 만이 아니다”라며 “이를 배려하는 문화적 다양성이 필수”라고 했다. 2020년 걸그룹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힌두교 신상(神像) 삭제,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곡 ‘쿠키’의 영어 가사 선정성 논란 등의 문제들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4)IP 적극 활용해 판을 키워야

이제 음악만 잘하는 시대도 끝났다. K팝 역사 속에 축적돼 온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각종 플랫폼 비즈니스를 병행해야만 안정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홍보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것. 지난 22일 이수만 전 총괄이 제기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장에서 SM 측이 “IP 플랫폼 투자에 어려움을 겪어 SM이 업계 4위까지 추락했다”고 호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