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 뒤에 숨어서 발을 비비 꼬면서도 변기에 앉지 않으려고 해요.” “변기에 앉히려고만 하면 울고 도망가요.”

만성 변비가 있는 소아에게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소아 변비는 흔할 뿐 아니라 소아와 보호자 모두 힘들고 불안한 질환이다. 배변 횟수가 줄면서 단단한 변으로 변기가 막히거나, 배변할 때 항문이 아프고, 항문 열상(裂傷·찢김), 피부 돌출, 혈변 등을 보인다. 복통, 복부 팽만, 식욕 저하, 오줌이 자주 마려운 빈뇨(頻尿)가 나타날 수 있고 유아의 경우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변비가 있는 소아는 퇴행 행동을 보이거나 변 지림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등 사회 심리적 문제를 겪을 수도 있어 조기에 적극 조치하는 게 좋다.

출처: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2/23/2023022301099.html

동생 태어나고 이사할 때 생기기도

소아 변비의 90% 이상은 기질적 원인이 없는 기능성 변비다. 신생아기의 정상 변은 하루 10여 차례의 무른 변에서 일주일에 한 번까지 범위가 넓은데, 생후 6개월 이후 이유기 고형식을 진행하면 변이 점점 단단해진다. 이때부터 아이가 무의식중에 변을 참으면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생후 2~4세 무렵 기저귀를 떼기 위한 배변 훈련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동생이 태어나거나, 이사를 하거나, 어린이집을 처음 다니는 등 환경 변화로 인해 변을 참는 행동이 시작되기도 한다. 계속 참다 보면 직장(直腸)에 변은 쌓이는데 수분만 재흡수되면서 변이 단단해지고, 직장 감각이 둔화된 탓에 변이 마려운 느낌이 사라져 변을 오래 참을 수 있게 된다. 이때 변 지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참다가 배변하는 소아는 단단해진 변을 밀어내기 위한 고통스러운 경험을 반복하면서 다시 변을 참게 되는 변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능성 변비는 임상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진단한다<표 참조>. 드물지만 신생아 때부터 변비가 시작됐거나 성장 발달에 이상이 있는 경우, 척추·피부에 이상이 있거나 항문 피부 돌출이 과도하게 커지는 등 신체 진찰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거대결장증(結腸症)이나 척수 질환, 크론병 등 기질적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식이섬유·유산균보다는 약물 치료

소아 변비 치료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기간 약물 치료다. 질환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6개월 이상 꾸준히 약물 치료를 했을 때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장관(腸管)을 자극하거나 체내로 흡수되지 않으면서 장관 내로 수분을 끌어들여 변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삼투성 하제(下劑·변비약)를 가장 널리 사용한다. 약제를 적절히 선택하면 부작용 우려 없이 수년 이상 복용이 가능하다. 약물 치료 목적은 직장에 쌓인 매복 변을 제거한 뒤, 변이 다시 쌓여 단단해지는 걸 방지하고 이를 통해 배변 고통을 잊게 하여 변비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다. 이러한 배변 습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장기 투약을 하게 된다. 간혹 약을 임의로 중단한 후 변비가 다시 시작돼서 약에 의존성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의존성과 무관하며 아이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유산균 복용 효과는 균종에 따라, 그리고 연구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며 삼투성 하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므로 1차 치료로 권고하지 않는다. 식이 장애 등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식사량이 적거나 편식이 심한 경우, 수분 섭취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엔 식사량을 늘리고 음식 종류를 다양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상적인 식사를 하는 소아는 식이 섬유 섭취를 추가로 늘려도 변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식이 섬유는 장내에서 배변 통과 시간을 줄여주지만 변의 양을 늘려주거나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는 없다. 그래서 결장의 운동성이 떨어진 서행성 변비에서는 식이 섬유 섭취가 도움되지만, 서행성 변비는 성인, 특히 노년기에 흔하고 기저 질환이 없는 소아에서는 드물다. 변비에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부모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건강하고 다양한 종류의 식사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