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은 늘 어렵습니다. 그간 어떤 날,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모두 적으면 일기장이 될 것 같아서 미련하게 어제를 버텨 오늘이 올 수 있었다고, 다행이라 적겠습니다. 결국, 밤을 견뎌야 하는 일 같습니다.

어렸을 적, 방에 가족을 불러놓고 동생과 말도 안 되는 공연을 한 기억이 납니다. 외우지도 못한 대사를 스케치북에 적어 읽으며 박수를 받았습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저도 기억을 못 하지만, 본 사람 아무도 기억을 못 합니다. 그럼에도 그때, 스스로 의심 하나 없이 무작정 쓰던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이젠 무슨 이야기를 할지조차 고민이 될 때, ‘너는 죽이고 싶은 사람도 없니’ 교수님께 들었던 그 질문을 떠올립니다. 그러곤 괜찮다고 넘겼던 일에 괜히 분노합니다. 필요한 일입니다. 지난번, 상자에 귤 하나 썩은 걸 그냥 두었더니 몇 개가 더 상해 버렸어요. 관계 속에서 살면서 사람에게 상해버린 사람들에게, 박수는 못 받아도 기억되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좋은 작품들 속, 저의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이야기, 오가는 술잔으로 나를 생기 돋게 해준 사람들, 친구들 고마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도 감사합니다. 읽는 사람이 있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특히, 늘 의지가 되어주는 가족에게 매우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딸, 언니로서 조금은 자랑이 되었으면 해요.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첫 줄만큼 마지막을 내는 일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저 성실하게, 끝까지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희정

-1992년 충주 출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