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대한안과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생후 6개월부터 3세까지는 눈 모양과 시(視) 기능이 안정되는 시기다. 출생 초기 발달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있었다면 눈 이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끔 한쪽 눈이 밖으로 돌아가는 외사시(간헐외사시)나,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잠깐씩 눈이 심하게 몰리는 내사시(조절내사시)가 이때부터 나타날 수 있음을 감안해 아이 눈을 관찰해야 한다. 한쪽 눈이 위로 올라가는 상사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아이가 뭔가에 집중해서 볼 때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즉, 고개 기울임이 눈 때문일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아이의 협조가 아직 잘 이뤄지지 않아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평소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해 어느 정도 평가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세상을 보고 자극에 반응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3~6세 때 늦기 전 약시 발견해야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이전에 놓친 사시나 약시로 인해 먼 곳을 볼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호자 또는 주변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다. 3세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가 어느 정도 협조가 되므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안과를 방문해 기본적인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한 눈에만 근시나 원시가 있는 굴절부등이나 한쪽 눈 시력이 덜 발달되는 약시는 아이들이 불편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검사를 해야 이상 여부가 확인된다.

어느 한 눈을 잘 쓰지 않아 시력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약시는 늦어도 이 시기에는 발견해서 치료해야 한다. 사시나 각막, 망막 이상이 있는 경우, 밝은 곳에서 유난히 눈부셔 하고 한쪽 눈을 감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6세 이후 근시 생기기 시작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근시가 이 시기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불편함 없어 보이던 아이가 먼 곳을 볼 때 실눈을 뜨거나 잘 안 보인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 안과 검진을 통해 근시 발생을 확인했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안경을 씌우고 4~8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안경을 바꿔주는 게 좋다. 안경을 써도 시력이 정상 수준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이상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아안과 전문의의 정밀 검진을 받아 보는 게 좋다.

◇눈에서 30cm 이상 거리 두고 책 봐야

김성준 서울대 어린이병원 안과 교수

동양인들은 근시가 많다. 최근 근시 발생이 더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것이 스마트폰 때문인지 실내 생활이 많아져서인지 아직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근시 발생과 관련된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요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소인이다.

근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단, 일단 생긴 근시가 진행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늦춰 보려면 혹시 모를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게 좋다. 책이나 휴대용 기기를 볼 때 너무 눈앞에 바짝 대고 보면 과도한 조절이 유발돼 눈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30cm 이상 거리를 두고 가끔 눈을 감거나 먼 곳을 보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기에 고른 영양 섭취는 눈의 정상적인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야외 활동 시간을 늘려 눈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자연광에 자주 노출되고 원거리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근시나 난시가 생겼을 때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처치는 안경을 쓰는 것이다. 제대로 처방한 안경을 잘 쓰는 것보다 더 좋은 눈 관리는 없다. 아트로핀 안약이나 자는 동안 끼는 콘택트렌즈, 낮에 끼는 다초점 콘택트렌즈가 근시 진행을 늦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으며 매우 장기간 사용해야 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아이 상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선택하기를 권한다.

너무 어리면 검사가 안 되니 좀 커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눈 모양이든 시력이든 문제가 있는 것이 의심된다면 기다리지 말고 안과 의사를 만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약시나 영아내사시, 선천백내장과 같이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치료를 해야 예후가 좋은 질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시는 그냥 두면 좋아진다며 병원 방문을 말리는 경우도 있다. 그냥 둬도 아무 후유증 없이 좋아지는 사시는 거의 없으므로 이런 비전문가의 말을 깊이 새겨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