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언제나 할 일이 많고 머리가 꽉 찬 것보다는 앉아서 숨을 고르는 시간도 좋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했다. /크레디아

“웬일로 생일과 크리스마스에도 네가 집에 있니.”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한국명 장영주)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머니에게 처음 이런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3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15일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 포트에서 가진 인터뷰였다. 그는 “수십 년간 한 해 100여 회 가까이 연주하면서 때로는 무슨 나라인지, 무슨 시간인지, 연주 곡목도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살았다. 코로나 사태는 무척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연주와 삶의 균형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1990년 만 8세 나이로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세계 데뷔, 이듬해에는 음반사 EMI 역사상 최연소 음반 녹음, 1992년 전도 유망한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Avery Fisher Career Grant)’ 최연소 수상까지. 그에게는 언제나 최연소와 최초 기록이 따라다녔고, ‘신동’과 ‘영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사라 장은 “코로나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초적인 음계 연습부터 연습곡, 바흐와 모차르트의 작품까지 기본으로 돌아갔다. 저 자신을 위해서 연습하고 연주하면서 비로소 ‘음악은 치유(healing)’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 사라 장을 모델로 삼았던 후배 연주자들이 최근 국제 콩쿠르와 무대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라 장은 “한국 연주자들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볼 적마다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빠르고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연주야말로 사라 장의 트레이드 마크(상징).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조금은 심경의 변화도 생겼다. 그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는 모든 곡의 2악장이 즐겁고 좋아졌다”고 했다. 빠른 악장 사이에 있는 느리고 서정적인 악장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는 의미다. 16~27일 전국 6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등 바로크 음악들을 연주한다. 그는 “음악적 실험이나 도전보다는 위안과 사랑이 필요한 시기 같다”고 했다. 사라 장의 이번 투어는 16일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18일 부산문화회관, 21일 구미 강동문화복지회관, 23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4일 세종예술의전당,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