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물의 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돌아보면 제임스 캐머런(68) 감독은 ‘속편의 달인’이었다. 1982년 장편 데뷔작인 ‘피라냐 2′부터 1986년 출세작인 ‘에이리언 2′까지 모두 속편이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아예 1~2편을 직접 연출했다. “나는 돌아온다(I’ll be back)”는 터미네이터의 대사는 캐머런 감독 자신의 영화 인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역대 최고 흥행(29억달러·3조7000억원)을 거둔 2009년 ‘아바타’의 후속편이라면 사정은 또 다르다. 전편은 한국에서도 1333만명을 동원하며 외화 첫 ‘천만 영화’ 기록을 작성했다.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의 속편이라는 점이야말로 14일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에 관심이 집중되는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자. 과연 할리우드 최고 흥행사는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만약 기대 수치가 높다면 초반 1시간 정도는 인내심을 갖는 편이 좋다. 블록버스터 전쟁물을 연상시키는 인간과 판도라 행성 주민들의 초반 전면전(全面戰)은 이전 영화들과 다른 점보다는 오히려 연장선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물의 길’이라는 부제처럼 판도라 행성의 숲을 떠난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가족이 새로운 해양 부족을 만나서 정착하는 과정이 이번 속편의 출발점. 캐머런 감독은 인간과 판도라 행성 주민의 대립 구도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숲에서 해양이라는 배경 전환을 통해서 차별화를 꾀했다. 캐머런은 지난 2012년 1인 잠수정을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海溝)의 챌린저 해연(海淵·깊이 11㎞)에 도달했던 해저 탐험가이기도 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존 랜도 프로듀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아바타2: 물의 길'(아바타2)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이전에도 평면 스크린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3차원(3D) 영화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아바타’ 전편은 중국 명승지 장자제(張家界)를 닮은 미지의 행성을 자유롭게 비행하고 아찔하게 수직 낙하하는 장면들을 통해서 이전 ‘3D 영화’의 임계점을 넘어섰다. 아울러 인간과 외계 생명체의 선악(善惡) 구도를 과감하게 뒤집어서 자연 친화적 메시지를 선명하게 부각했다. ‘선한 건 외계인이나 인디언 같은 이방인이요, 도리어 사악한 존재가 지구인이나 백인 같은 내부자’라는 구도는 ‘늑대와 춤을’ 같은 비판적 서부 영화의 공식을 영민하게 활용한 것이기도 했다.

13년 전의 ‘아바타’ 전편이 창공과 숲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부제처럼 수중 세계로 들어간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신비로운 수중 생물과 해저 세계를 묘사한 중반은 이번 속편의 정점이자 매력 포인트. 전편이 자유낙하의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해저 세계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편에 가깝다. 물론 결말에는 캐머런의 승부수이자 흥행 공식인 육탄전이 기다리고 있다. ‘에이리언 2′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화끈한 액션, ‘타이타닉’의 선박 침몰, ‘어비스’의 심해(深海) 묘사까지 감독의 전작을 총동원하면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전작이 인간과 외계 종족의 낭만적 로맨스물이었다면, 이번 후속편은 따스한 가족극에 가깝다. 13년 세월은 할리우드 액션 장인조차 이렇듯 변모시킨다. ‘가족은 최대 약점인 동시에 강점’이라는 결말에 대한 관객 반응에 따라서 흥행 여부도 판가름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