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없이 진행된 ‘피겨퀸’ 김연아와 그룹 ‘포레스텔라’ 고우림의 결혼식에서 고우림의 아버지이자 목사인 고경수씨가 축사를 낭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왼쪽) 김연아, 고우림/김연아 인스타그램

김연아와 고우림의 결혼식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두 사람은 주례 없이 직접 성혼선언문을 낭독했고, 이어 고경수씨가 축사를 낭독했다.

고씨는 먼저 결혼식을 찾아준 하객들, 사회자인 방송인 신동엽, 축가를 부른 포레스텔라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김연아 부모에게 “일평생 딸을 위해 가슴 졸이며 뒷바라지하고 또 눈물로 자신의 삶을 바치셨는데, 아직도 어리고 부족한 저희 아들에게 선뜻 따님을 허락해 주신 사돈어른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씨는 “두 사람이 지난 3개월 전 결혼 발표를 했는데 그때부터 저의 호칭이 ‘우림이 아빠’에서 ‘연아 시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이름조차 부르기 아까운 국민의 딸, 아니 동서양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여인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이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이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 여왕님을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이 아들 부모로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각자 걸어왔던 삶의 경험들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했고, 또 실패의 아픔과 좌절도 느끼며 스스로 이겨나가는 지혜도 체험했고 목표를 이루고 또 승리의 기쁨도 누렸지만 승리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미 경험했다”며 “지금의 자신들의 삶이 자신들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기에 앞으로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각자의 경험을 하나로 모으면 더 멋지고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운 삶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두 사람의 앞날을 응원했다.

고씨는 상견례 때 김연아 부친이 했던 말이라며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 것이니 더욱 겸손하고 더욱 착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고씨는 축사 준비를 위해 친구의 누나인 장미영 이화여대 교수 논문을 읽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 대한 논문을 읽고 축사를 준비하는 것도 참 희귀한 일”이라며 “논문의 제목은 ‘탈경계 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김연아 신드롬’이다. 그 논문에서 프랑스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배우와 운동선수는 몇 가지 경험을 공유하는데 초기에는 청중 앞에서 긴장감에 시달리지만 경력을 쌓아갈수록 관객의 힘을 오히려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그랬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2월 26일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가 경기장인 퍼시픽 콜로시움에서 열린 시상식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전기병 기자

이어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앞으로 두 사람이 이루어갈 가정 또한 처음에는 이 가정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긴장할 수 있겠지만 이웃들을 통해서 또 이웃들과 함께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갈 때 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또 이웃들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를 주는 완성된 가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씨는 “두 사람에게 한마디만 하겠다”며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우림아, 그리고 세상에서 최고 이쁜 우리 며느리 스텔라 연아야, 너희들의 앞 이름의 뜻처럼 이 세상의 빛으로 태어나고 또 그렇게 살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축사 끝”이라고 했다. 스텔라는 김연아의 세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