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만 4세 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2시간 정도 재미있게 놀았어요. 집에 가려고 하니 아이가 더 놀면 안 되느냐고 떼를 씁니다. 엄마는 아이의 그런 모습이 좀 부끄러웠어요. 엄마는 정색을 하고 아이에게 말합니다. “너 자꾸 이러면 다음에는 안 올 거야.” 아이는 조금 전까지 신났던 감정이 모두 사라집니다.

이럴 때에는 아이의 감정을 잘 다뤄줘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게 하고, 그 감정에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해요. 그러고 나서 지켜야 할 생활의 질서를 가르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너 오늘 엄청 재미있었구나”라고 말해줍니다. 그다음 “재미있어 하니 엄마도 좋네. 그런데 가긴 가야 해. 시간이 별로 없어”라고 지금 상황을 말해주세요.

아이가 “나 너무 재밌는데”라고 가기 싫다며 또 한 번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5분 정도만 시간을 더 줄까?”라고 하면서 조금 타협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네”라고 하기도 하고, “아니요. 그냥 가요”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에 와서 또 재미있게 놀자. 오늘 너무 즐거웠네”라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엄마가 오늘 내가 즐거웠던 것을 알고 있네. 즐거운 것은 좋은 것이구나. 너무 즐거워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하지만 어떨 때는 내 감정대로만 할 수는 없는 거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다뤄줘야 할 것을 “너 왜 이렇게 자꾸 떼를 써. 다음엔 안 데리고 온다”라고 해버리면 아이의 즐거웠던 감정은 억압돼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인식할 수도 없어집니다. 감정 발달은 후천적이에요. 감정도 한글을 가르치듯 가르쳐줘야 합니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발달하지 않아요. 감정이 잘 발달하려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가르쳐줘야 해요. 그러려면 아이가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