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테크 대본전담팀의 MZ 세대 직원들. 왼쪽부터 정예린, 박혜원, 서효진씨. /고운호 기자

“드라마 ‘우영우’는 스타를 좇는 기존 PPL(간접광고) 공식에 따르지 않고, 드라마 흐름에 어떻게 자연스레 녹아들지 집중했어요. 주변에서 ‘(흥행이) 되겠느냐’고 우려하던 드라마가 대박 나 좋으면서도 부담도 돼요.”

스틱형 화장품 ‘가히(KAHI)’를 만드는 코리아테크의 서효진(26)씨는 드라마 대본을 읽고 PPL을 할지 결정하는 ‘대본 전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입사 2년차인 그는 지난해 10월 이 회사에 새로 생긴 대본 전담팀 막내급 팀원으로 최근 국내외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PPL을 추진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를 비롯해, 마케팅팀 박혜원(24)씨, 정예린(25)씨 등 Z세대 직원들은 마케팅 최전선에서 팀장급 역할로 나서 각종 PPL을 해냈다.

2020년 5월 출시된 스틱형 화장품 가히는 출시 1년 반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렸지만, 명성 못지 않게 잦은 TV PPL로 비난이 일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제 PPL을 그만하자는 목소리도 상당했어요.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 진출하려면 지속적인 PPL을 발판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잃지 않았죠.”

지난 3일 방송된 11화에서 ‘가히’가 포착되면서 또 한번의 이슈로 등장하기 이전, ‘우영우’는 ‘PPL 없는 청정 드라마’ 등의 수식어를 달고 각종 매체를 장식해왔다. PPL이 없기에 성공한 드라마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런 ‘우영우’에 가히가 제작지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네티즌 사이에 각종 추측성 시나리오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곳까지 포진해있다는 뜻의 ‘가히 침투력’이란 조어도 따라다녔다.

Z세대 마케터의 눈에 ‘우영우’는 단지 PPL로만 접근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간단한 기획서였지만 충분히 ‘통할’ 작품이라 판단한 것. ‘우영우’의 제작 의도와 캐릭터 소개 등 자료를 읽고는, 모자란 부분과 궁금증에 대해 적극 취재해나갔다. 작가의 전작을 살피고 출연자 면면을 직접 살폈다. “영우 단짝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고 응원하는 주현영 배우 캐릭터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이런 게 우리 이야기이고, 우리들이 공감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죠.” 결국 드라마가 방송될 땐 가히가 유일한 제작 지원사가 돼 있었다.

자신의 음반을 홍보하기 위해 스스로가 MC이자 게스트로 나선 쇼로 1인2역을 한 가수 릴나스엑스가 쇼 중반 가히를 홍보하고 있다/유튜브

우영우뿐 아니다. 미국 타임지가 꼽은 ‘영향력 있는 100인’인 미국 힙합 아티스트 릴 나스 엑스는 물론 가수 겸 래퍼 도자캣, 가수 에이바 맥스 등 해외 톱스타에게도 가희를 협찬했다. 릴 나스 엑스의 경우 지난해 그의 음반 홍보를 위한 쇼에서 과거 자신이 받았던 화장품 협찬을 패러디하면서 “가히 제품이 정말 좋다. 추천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입사 1년 만에 해외 PPL을 맡은 박혜원씨는 “대표님은 모르는 스타였지만, 20대 직원들이 열광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제 3개월 차 마케터 정예린씨는 “‘좋고’라는 사내 유행어가 우리 일을 대변한다”고 했다. ‘좋고’는 ‘좋은 고통’의 준말. 정씨는 “과감하면서도 엉뚱한 마케팅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마니아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좋고’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